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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물질로부터 안전한 사회"…시민사회·산업계·정부 함께 만든다
아주경제 기사제공: 2024-12-17 06:00:00
지난 3일 제이더블유메리어트동대문스퀘어서울 종로구 소재에서 ‘화학안전정책포럼’이 열리고 있다 사진환경부
지난 3일 제이더블유메리어트동대문스퀘어(서울 종로구 소재)에서 ‘화학안전정책포럼’이 열리고 있다.
[사진=환경부]
"화학물질의 효과적 사용과 안전 보장이라는 다른 시각을 가지는 시민사회·산업계·정부가 한자리에 모여 서로의 생각을 듣고 해결점을 찾아가는 협업 체계를 구축했다는 것 자체가 큰 성과이자 사회적 자산이라고 생각합니다.
"
 
최근 대표적인 협치(거버넌스) 성공 사례로 시민사회·산업계·정부로 구성된 '화학안전정책포럼'이 주목받고 있다.
'화학안전정책포럼'은 '화학물질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지난 4년 동안 다양한 이해당사자들이 모여 공개토론회 등을 진행한 민산관 협의체다.
 
 
환경부는 2021년 화학안전정책포럼을 구성했다.
포럼은 화학물질 안전관리를 위한 각종 정책과 체계를 진단하고 발전 방향을 도출하기 위해 운영되고 있다.
민산관이 화학물질 등록, 신고 및 사업장 안전관리 등에 관한 정책 내용들을 포럼을 통해 꾸준히 논의해 왔다.
 
포럼의 기획위원회 공동위원장은 맡고 있는 김병훈 환경부 화학물질정책과장은 "화학물질 관리 정책은 일반 국민과 산업계가 바라보는 시각에 큰 간극이 존재한다"며 "포럼의 성공 요인은 갈등을 피하지 않고 민산관이 모여서 민주성·개방성·투명성을 원칙으로 의견을 자유롭게 논의하는 구조를 만들었다는 것에 있다"고 말했다.
 
김 과장은 "2021년에 시범적으로 시작되어 올해까지 100회 넘는 회의와 토론을 실시했다"며 "누구나 포럼 홈페이지를 통해 이해당사자로 등록할 수 있도록 하였으며, 중요한 사항을 결정하는 기획위원회는 민산관이 동일하게 각각 4인 의결권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민사회 측 공동위원장인 이경석 발암물질없는사회만들기국민행동 운영위원장은 "과거에는 정부가 주도적으로 정책을 형성하고, 이해당사자는 설득 대상으로만 여겨졌다.
부족한 소통으로 인해 정부의 화학안전정책은 산업계와 시민사회 양측에서 비판받게 됐다"고 말했다.
 
이 운영위원장은 "포럼은 산업계가 겪는 실질적 어려움을 논의하고 산업계가 화학 안전을 위해 이행하는 사항을 보며 시민사회가 신뢰를 쌓아가는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면서 "포럼을 통해 이해당사자 참여가 활성화되었으며 양방향 의견 수렴과 정책 방향 수립이 가능해지면서 환류와 평가의 틀이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화학안전정책포럼은 포럼기획단, 전문가집단, 이해당사자 등으로 구분하고 집단별로 논의 주제 선정, 토론, 참관 등 역할을 부여하는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포럼 기획위원회는 환경부, 시민사회단체, 산업계를 대표하는 공동위원장 3명과 위원들로 구성돼 있다.
 
 
포럼기획단은 포럼 주제를 구체화하고 민산학 분야별로 전문가집단을 모집하며, 전문가집단은 주제별로 한계점과 개선 방안을 집중적으로 토론한다.
포럼에 참여하려는 개인·단체는 '이해당사자'로 신청·등록하도록 해 포럼을 활성화하고 있다.
 
산업계 공동위원장인 김이레 대한석유협회 책임은 "정부는 화학안전정책포럼에 대한 훈령과 운영 규정을 마련함으로써 포럼 담당자가 바뀌어도 참석 등에 대한 변동이 생기지 않게 했다"며 "산업계는 기획위원의 변동성을 줄여 다양한 단체의 의견을 수렴했고, 시민사회는 화학규제 관련 NGO 네트워킹을 구축해 기획위원이 바뀐다 하여도 동일한 기조의 주장을 이어왔다"고 설명했다.
 
 
포럼의 대표적인 성과로는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과 '화학물질관리법'(이하 '화평법·화관법')의 국회 통과를 꼽을 수 있다.
신규 화학물질 등록 기준을 유럽연합(EU) 등 국제적 수준으로 조정(연 0.1톤→1톤)하고 그간 획일적으로 적용되던 화학물질 규제(취급 시설 검사, 영업허가 의무 등)를 사고 위험에 비례해 차등적으로 적용하도록 개선했다.
 
 
그동안 산업계는 위험도, 취급량 등 물질 특성과 관계없이 유해화학물질 취급사업장에 대해 획일적으로 화관법이 적용돼 부담을 호소했다.
포럼은 산업계와 시민사회가 함께 견해 차이를 조정해 가면서 안전과 규제 해소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려 노력하고 있다.
 
 
김 책임은 "현재 현장에서 겪고 있는 여러 어려움을 볼 때 민산관이 함께 협의해야 할 사항은 아직도 많이 남아 있다.
하위법령은 실질적으로 현장에서 벌어지는 다양하고 세부적인 사항을 규제해야 하므로 큰 범주의 원칙인 법개정 협의보다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운영위원장은 "기업의 입장에서는 불필요하거나 중복된 규제로 여겨질 수 있는 점들이 있을 수 있고, 시민사회는 다소 불편을 감수하더라도 더 촘촘한 안전망의 필요성을 강조할 수 있다"면서 "첨예한 이해관계로 인해 합의되지 못한다 하더라도 '규제 해소' 실패가 아닌 서로의 차이를 이해하는 성과로 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포럼은 ‘화학물질로부터 안전하고 지속 가능한 사회’로 전환하기 위해 앞으로 10년간 할 일을 계획한 '전환전략 2033'이라는 중장기 계획도 마련했다.
올해 포럼에서는 화학안전에 관심이 있는 청년을 대상으로 '청년포럼'을 만들고 청년이 직접 정책을 제안하는 경진대회를 개최했다.
화학안전정책포럼은 민간과 기업이 참여해 지속 가능한 화학 안전의 길을 찾기 위한 발걸음을 더욱 재촉한다는 계획이다.
 
이 운영위원장은 "현시점은 시작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정책을 만들고 이를 시행하기 위한 기반을 갖추는 논의에서 성과를 도출했지만, 중요한 것은 정책 평가와 환류 과정이 이어져야 한다"며 "우리가 만들어낸 정책 변화가 이행되고 있는지 확인하고 원하는 방향으로 이행되지 않았을 때 수정하는 과정까지가 진정한 성과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한석유협회 책임은 "법 개정까지 이루어냈지만 하위법령 협의라는 큰 과제가 앞에 놓여 있다"며 "더 많은 산업계 현장 근로자와 시민사회가 참여할 수 있도록 홍보해야 하고, 지속적인 화학 안전 인력을 양성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화학물질정책과장은 "화학물질 관리 정책에 대해 논의해야 할 주제들이 아직 많이 남아 있다"며 "화학물질을 다루는 고용노동부, 산업부, 소방청 등 부처의 참여를 이끌어내거나 포럼 안에서 부처 간 협업 방안들을 논의한다면 더욱 실효성 있는 개선책들이 마련될 것 같다"고 강조했다.

아주경제=주혜린 기자 joojoosky@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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