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임기 막판까지 중국을 옥죄고 있다. 중국의 ‘과잉생산’에 맞서 전기차, 배터리 등에 고관세를 부과한 것에 이어 가전제품, 자동차, 무기 등에 널리 쓰이는 중국산 레거시(구형) 반도체를 타깃으로 무역 조사에 돌입할 예정이다. 다만 조사에 수개월이 걸리는 것을 고려하면 실질적 제재는 내년 1월 취임하는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의 손에 달렸다.
16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바이든 행정부가 무역법 301조에 따라 중국산 레거시 반도체를 상대로 조사를 시작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미국 워싱턴 소재 한 무역협회는 최근 회원사들에 바이든 행정부가 무역법 301조에 따른 중국산 레거시 반도체 불공정 무역 행위 조사를 실시하기로 결정했으며, 무역대표부(USTR)가 조사를 시작하기 위한 준비에 들어갈 수 있다고 알렸다.
미국 정부는 국가 안보 우려를 들어 중국의 최첨단 반도체 접근은 차단했지만, 레거시 반도체는 그대로 뒀다. 그러나 중국 정부가 레거시 반도체에 막대한 투자를 하면서 미국과 동맹국 반도체 업계에서 우려가 나오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산 레거시 반도체에 대해 두 가지 법률에 따라 무역 조사 여부를 검토해왔다. 상무부 관할인 무역확장법 232조와 USTR에서 관할하는 무역법 301조다. 무역법 301조는 부당하거나 불합리한 거래에 중점을 두나, 무역확장법 232조는 국가 안보 위협에 초점을 맞춘다.
앞서 상무부는 올해 초 미국 기업을 상대로 중국산 범용 반도체에 대한 의존도 등을 조사했다.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이 지난 6일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향후 3~5년 내 세계 신규 레거시 반도체 생산 용량의 약 절반을 차지할 전망이다. 또한 중국 기업들은 미국 기업보다 30~50% 낮은 가격을 제시하고 있으며, 심지어 생산비용보다 낮은 가격을 제시하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되면 태양광, 배터리, 전기차에 이어 반도체에서도 가격 압박이 가해지고, 서방 기업이 밀려날 가능성이 높다. 또 미국 공급망의 중국 의존도를 높이고, 중국산 반도체가 미국 인프라나 무기에 탑재되면 사이버 보안 위협을 초래할 수도 있다.
지나 러몬도 상무장관은 지난 7일 중국의 반도체 보조금과 덤핑 판매로 인한 가격 폭락을 지적하며 "공평하지 않다. 관세를 부과할 만한 이유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NYT가 확인한 11월 21일 자 미 정부 문서에 따르면 상무부는 다른 정부 기관에 중국의 칩 생산 문제 관련 브리핑을 했으며,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라 조사를 실시할 것을 제안했다. 미 국무부는 중국산 반도체뿐 아니라 중국산 칩이 들어있는 모든 제품의 수입을 조사할 것을 제안했는데 상무부는 ‘부품 관세’를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제품 전체가 아닌 제품에 탑재한 칩에만 관세를 부과하는 제도다. 전문가들은 대부분의 중국산 반도체는 미국으로 직접 수입되지 않고 식기세척기, 컴퓨터, 장난감 등 제품에 탑재된 채 들어오기 때문에 중국산 레거시 반도체에 직접 관세를 부과하는 제도는 실효성이 낮다고 분석한다.
이번 조사 결과에 따라 특정 중국 반도체와 이를 포함하는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거나, 수입 금지 또는 기타 조치로 이어질 수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몇 주 내에 조사를 시작할 방침이다. 다만 NYT는 조사 결과가 나오기까지 최소 6개월은 걸린다며 향후 결정은 트럼프 당선인에게 공이 넘어간다고 밝혔다.
오수연 기자 syoh@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