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명문대에서 성적이 아닌 기부금으로 신입생을 뽑았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7일(현지시간) 시카고 연방법원에서 진행 중인 부정 특혜 입학 관련 소송에서 원고 측이 노터데임대와 매사추세츠공과대(MIT), 조지타운대 입학사정 자료를 증거로 제출했다고 보도했다.
미 북동부의 사립 명문대 그룹인 ‘아이비리그’를 나온 졸업생 5명은 지난 2022년 1월 “명문 사립대에서 저소득층에 대한 학비 보조금은 대폭 줄였지만 부자 학생들에겐 부당한 특혜를 줘 입학시켰다”며 이들 3개 대학을 포함한 16개 대학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이 중 컬럼비아대와 예일대 등 13개 대학은 일부 사실을 시인하고 관련 제도를 고치거나 원고 측과 합의한 상태다.
나머지 3개 대학은 합의하지 않고 소송을 진행 중이다. 원고 측에 따르면 미국 명문 사립대 노터데임대 입학 사정위원회의 한 위원은 몇 년 전 차기 연도의 신입생 선발이 마무리되자 “내년에는 고액 기부자 자녀들이 더 많아지길 바란다”고 동료 위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유층 출신 신입생의 숫자가 너무 적다는 것이다. 또, 노터데임대는 지난 2016년 신입생 선발 시 86명의 고액 기부자 자녀를 입학시켰으며 전체 기부자 자녀의 76%에게 가산점을 부여한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MIT의 한 입학 사정위원은 자신의 사업 파트너인 백만장자 자녀 2명에게 가산점을 주는 방식으로 입학 허가를 내준 것으로 전해졌다. 조지타운대에서도 총장이 SAT(미국의 수능) 및 학업 성적이 아닌 부모의 기부금 규모와 기부 내역으로 입학 사정을 진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원고 측은 “엘리트 사립대일수록 지원자가 입학 지원서에 부모의 재력과 학력, 기부금 규모 등을 상세히 기재할 경우 중산층이나 저소득층 출신 학생들과 비교해 선발될 확률이 훨씬 높았다”고 주장했다.
다만 이들 3개 대학은 “우리는 객관적인 입학 사정 기준에 따라 공정하게 신입생을 선발해 왔다”며 "원고 측과 합의 없이 법정에서 끝까지 진실을 밝히겠다"고 선을 그었다.
김성욱 기자 abc123@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