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흑연업계가 상무부에 중국산 흑연에 최대 920% 관세 부과를 요청했다. 막대한 보조금을 업은 중국 업체들이 흑연 가격을 인위적으로 낮춰 불공정한 경쟁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러한 고율 관세가 현실화할 경우 테슬라 등 전기차 업체는 물론 LG에너지솔루션과 SK 배터리 아메리카 등 한국 기업들도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18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미 흑연 생산업계 단체인 미국활성음극재생산자(AAAMP)는 전날 상무부와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중국산 흑연을 상대로 반덤핑 조사를 요청하는 청원서를 제출했다.
미국 정부는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채굴과 합성 흑연 생산에 대한 투자를 늘리도록 추진해왔다. 그러나 업계는 중국산 흑연 수입에 대한 추가 조치 없이는 이 같은 노력이 실패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기존 25% 관세는 보조금을 업고 과잉 생산하는 중국 업체들의 압박을 완화하기에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가 실시한 연구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중국은 배터리 생산에 사용되는 고급 흑연 시장의 92%를 장악하고 있다. 에릭 올슨 AAAMP 대변인은 "이 산업은 중국의 악의적 무역 관행으로 질식할 위기에 처했다"며 "북미에서 이 산업이 성장하길 원한다면 보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산 흑연에 대한 관세 부과 결정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하는 2025년 1월 20일 이후에 내려질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는 미국 테네시주에 흑연 생산 공장을 둔 호주 기업 노보닉스 및 미국 흑연 업체들 대 테슬라 대결 구도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중국산 흑연의 관세를 인상하게 되면 배터리값이 오르고, 미국산 전기자동차 가격도 뛸 전망이다. 샘 아부엘사미드 가이드하우스 인사이트 애널리스트에 따르면 전기차 배터리셀 제조 비용에서 흑연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10%인데, 흑연 관련 비용이 900% 오르면 대체 업체가 생산량을 늘릴 때까지 전체 비용은 두 배가 된다. 이는 트럼프 당선인의 최측근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에게 상당한 부담이다.
한국 기업들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미시간주와 조지아주에서 각각 공장을 운영하는 LG에너지솔루션과 SK 배터리 아메리카는 별도로 제출한 의견서에서 중국 외부에서 안정적인 흑연 공급원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오수연 기자 syoh@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