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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지표는 견조한데…신용카드 디폴트, 14년 만에 최고
아시아경제 기사제공: 2024-12-30 10:14:00

미국 경제지표가 예상보다 견조한 수준을 이어가는 가운데 신용카드 대출 채무불이행(디폴트)이 14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고물가, 고금리 시대를 거치며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금융 건전성이 급격히 악화했음을 시사하는 시그널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9일(현지시간) 데이터분석 업체 뱅크레그데이터를 인용해 미 신용카드 업계가 올 들어 9월까지 탕감한 악성 연체 대출잔액이 약 460억달러 규모로 집계됐다고 보도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50% 증가한 것으로 2010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통상 이러한 탕감은 카드 이용자들이 부채를 갚을 가능성이 작다고 판단될 때 이뤄지고 있어 대출 부실을 측정할 수 있는 주요 지표로 평가된다.
최근 몇 년간 이어진 높은 인플레이션, 연방준비제도(Fed)의 고금리 여파로 미 소비자들의 재정 여력이 그만큼 악화했다는 뜻이다.


이는 예상을 웃도는 소매판매 등에 힘입어 2개 분기 연속 3% 성장률을 기록 중인 미국의 견조한 경제지표와는 대비된다.
마크 잔디 무디스 수석 애널리스트는 "고소득 가구는 괜찮다"면서도 "미국 소비자의 하위 33% 소득계층은 재정적으로 한계에 달했다.
그들의 저축률은 0%"라고 우려를 표했다.


FT는 주요 은행들이 아직 4분기 실적을 발표하지 않았지만 점점 더 많은 소비자가 대출을 연체하고 있다는 초기 징후들이 확인되고 있다고 짚었다.
미 소비자들의 신용카드 부채 잔액은 2023년 중반에 이미 사상 처음으로 1조달러대를 넘어선 상태다.
여기에 연체율 역시 껑충 뛰어 팬데믹 이전 연평균 대비 1%포인트가량 높은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미 3위 신용카드 업체인 캐피털원에 따르면 신용카드 대출 중 회수가 불가능하다고 판단된 비율은 지난 11월 기준으로 6.1%를 기록했다.
1년 전의 5.2%를 훨씬 웃도는 수치다.
소비자 신용조사기관 월렛허브의 오디세아스 파파디미트리우 책임자는 "소비자들의 구매력이 줄고 있다"면서 "높은 연체율은 앞으로 더 큰 고통을 예고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고금리로 인한 높은 이자는 소비자들의 계좌에 남아있던 여유자금을 고갈시키는 역할을 톡톡히 한 것으로 분석된다.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앞서 팬데믹 기간 생계를 위해 저금리로 대출하거나 느슨해진 대출 여건을 이용해 주택 구매 등에 나섰던 이들을 중심으로 대출 후폭풍이 나타나고 있다고 짚었다.
지난 9월부터 Fed가 통화완화 사이클에 돌입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기준금리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여기에 내년 1월 취임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역시 리스크로 꼽힌다.
파파디미트리우 책임자는 트럼프 당선인이 예고한 광범위한 고율 관세가 인플레이션 반등, 고금리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2025년 소비자들에게 두 가지 문제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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