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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각 불신임·美 관세 압박… 트뤼도 결국 사임
세계일보 기사제공: 2025-01-07 19:00:00
고물가·이민자 문제 등 겹쳐 지지율 뚝
트럼프 고관세 위협 대응 실패 ‘직격탄’
집권 자유당, 3월 차기 당대표 선출할 듯
바이든 ‘총리 파트너십에 감사’ 표해
트럼프는 “51번째 州 희망”… 또 조롱


‘진보 정치의 아이콘’으로 부상해 9년 넘게 캐나다를 이끌었던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가 6일(현지시간) 사임 의사를 밝혔다.
고물가와 이민자 정책 실패로 지지율 하락에 시달리던 트뤼도 총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관세 부과 정책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비판에 직면하면서 벼랑 끝에 내몰렸다.

트뤼도 총리는 이날 온타리오주 오타와의 자택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집권 자유당이 자신의 후임자를 정하는 대로 당대표직과 총리직에서 즉시 사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생각에 잠긴 트뤼도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가 6일(현지시간) 온타리오주 오타와의 자택 앞에서 사임 의사를 밝히는 연설 중 입술을 굳게 다문 채 생각에 잠겨 있다.
오타와=AP연합뉴스
트뤼도 총리는 회견에서 “이 나라는 다음 선거에서 진정한 선택지를 선택할 자격이 있다.
내가 내부에서 싸움을 벌여야 한다면 다음 선거에서 내가 최선의 선택지가 될 수 없다는 점이 자명해졌다”고 말했다.

캐나다 하원은 27일 회기를 재개해 야당을 중심으로 내각 불신임안을 추진할 예정이었지만, 트뤼도 총리가 사임 의사를 밝힘에 따라 3월24일 재개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 기간 집권 자유당은 차기 당대표를 선출할 전망이다.

2013년 41세의 나이로 자유당 당수로 선출된 트뤼도 총리는 2015년 총선에서 10년 만의 정권교체에 성공했고 그해 11월에 총리에 취임했다.
17년 동안 총리를 지낸 캐나다 정치의 거목 피에르 트뤼도의 장남이라는 후광, 사교적 성품과 진보적 가치 등을 앞세워 스타 정치인으로 자리매김했다.

트뤼도 총리는 그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고물가 주택가격 상승으로 국민의 불만에 부딪혔고, 트뤼도 행정부에서의 이민자 유입이 주택 부족 등을 야기했다는 평가까지 나오며 지지율이 급격히 하락했다.
집권 자유당은 2021년 총선에서 승리했지만 단독 과반 의석을 얻는 데는 실패했고, 10월로 예정된 총선에서도 패배가 예상됐다.

트럼프 당선인이 당선 이후 캐나다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힌 것은 트뤼도 총리 사임에 결정타가 됐다.

트럼프 당선인은 캐나다가 국경 문제와 무역수지 불균형을 해결하지 못한다면 취임 첫날부터 모든 캐나다 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했다.
트뤼도 총리는 트럼프 당선인의 발언 나흘 만에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자택을 급거 방문해 고율 관세 부과 방침 철회를 호소했다.
당시 폭스뉴스가 트럼프 당선인이 트뤼도 총리에게 “미국의 51번째 주가 돼라”고 농담을 했다고 전하며 ‘놀림감’이 됐다는 지적까지 나왔다.
이후 핵심 측근이던 크리스티나 프릴랜드 전 부총리 겸 재무장관이 대미 관세 대응 문제 등을 두고 트뤼도 총리와 충돌, 지난달 16일 전격 사임하며 최대 고비를 맞았다.

이날 대선 승리를 공식 인증받은 트럼프 당선인은 자신이 설립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캐나다의 많은 사람이 (미국의) 51번째 주가 되는 것을 좋아한다”며 또다시 조롱성 발언을 했다.
그는 “미국은 캐나다가 버티기 위해 필요로 하는 막대한 무역적자와 보조금을 더는 감내할 수 없다”며 “트뤼도도 이를 알고 사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트뤼도 총리에 감사를 표했다.
커린 잔피에어 백악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총리의 파트너십, 북미 지역을 21세기 지정학적 위협에서 보호하고자 한 헌신, 북미를 세계에서 가장 경제적으로 경쟁력 있는 지역으로 유지하기 위해 함께 한 일에 대해 감사하고 있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뤼도 총리 후임으로 프릴랜드 전 부총리 겸 재무장관, 도미니크 르블랑 재무장관, 멜라니 졸리 외무장관, 마크 카니 전 캐나다 중앙은행 총재 등이 거론된다고 전했다.
총리 후보로 우선 주목받는 프릴랜드 전 장관은 경기 부양을 위해 재정지출을 늘리려는 트뤼도 총리의 계획에 반대하며 다가오는 미국과의 관세 전쟁에 대비하기 위해 재원을 확보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박영준 기자 yj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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