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미국 기업의 파산 신청 규모가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를 겪었던 2010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속적인 인플레이션과 고금리로 소비자들의 지갑이 얇아지면서 임의소비재 업종 등이 직격탄을 맞았다.
6일(현지시간) S&P 글로벌 마켓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지난해 파산보호를 신청한 미국 기업은 최소 686곳으로 2023년 대비 약 8% 늘었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10년(828건)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cdn2.ppomppu.co.kr/zboard/data3/hub_news2/2025/0108/newhub_2025010809160280732_1736295363.jpg)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는 파산을 모면하기 위해 채무 재조정이나 구조조정 등 법정 외 워크아웃(채권단 공동관리)에 나선 기업도 지난해 급증해 파산 신청 규모를 두 배가량 상회했다며, 최소 1억달러 이상의 부채를 보유한 기업의 채권자들은 2016년 이후 가장 낮은 회수율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파산 신청 기업 중 최소 30곳은 신청 당시 최소 10억달러의 부채를 안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같은 파산 위기 확산의 원인으로는 내수 위축이 지목됐다.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경기 부양책의 규모와 효과가 사그라드는 가운데 고물가·고금리 환경이 지속되면서 가계 지출에 의존하는 기업이 직격탄을 맞았다는 분석이다. 특히 소비자 재정 상태의 영향을 많이 받는 임의소비재 업종과 건설·제조업 등 산업재 부문에서만 196건의 파산 신청이 발생하며 전체의 28%를 차지했다.
일례로 40년 역사를 지닌 미국 최대 파티용품 소매업체 ‘파티시티’는 지난달 ‘챕터11’(기업회생을 위한 미국의 법정관리 조항)에 따른 파산보호를 신청하며 내달까지 700곳의 점포가 문을 닫을 예정이다. 이 밖에 레스토랑 체인 ‘TGI 프라이데이스’(TGIF)와 레드 랍스터, 스피릿 항공, 플라스틱 밀폐용기 업체 타파웨어 등도 지난해 파산 신청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언스트앤드영(EY)의 그레고리 데이코 수석 경제학자는 "물품과 서비스의 비용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면서 소비자 수요가 압박을 받고 있다"며 "이러한 부담은 소득이 낮은 가계에 특히 크게 작용하지만, 중산층과 고소득층에서도 소비가 조심스러워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 인하 사이클에 접어들면서 기업과 소비자에게 가해지는 압력은 다소 완화되고 있으나 올해 Fed가 금리 인하 속도 조절에 나설 수 있다는 점은 변수로 지목된다. 특히 이날 발표된 미국 서비스업 경기 지표가 예상치를 뛰어넘는 확장세를 보이면서 시장에선 금리 동결 전망이 확산하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이날 연방기금 금리선물 시장은 Fed가 올해 상반기까지 현 금리 수준으로 동결할 가능성을 30% 넘게 반영하고 있다.
코메리카 뱅크의 빌 애덤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Fed가 지난해 9~12월 금리를 인하했던 결정에서 2025년에는 금리 인하를 중단하는 것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김진영 기자 camp@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