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미국 '실세'를 넘어 유럽 등 해외로까지 전방위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측근들의 우려와 불만이 짙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뉴욕타임스(NYT)는 8일(현지시간) "머스크가 (유럽의) 극우들은 포용하고 있지만 (미국의) 극우들과는 사이가 틀어지고 있다"며 "미국의 저명한 우익들은 엑스(X·옛 트위터)에서 자신에게 반기를 드는 사람은 언제든 입막음할 수 있음을 보여준 머스크에 의해 자신들의 의제가 외면당할까 봐 두려워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우익 인사들이 지적한 머스크 CEO의 엑스 '무기화'는 최근 불거진 고숙련 이민자 유입 논쟁에서 표면 위로 떠 올랐다. 당시 머스크 CEO는 미국엔 재능과 열정을 겸비한 엔지니어가 부족하다며 해외 영입 확대를 주장했는데, 이를 '직업적 좌파들의 암약'이라고 공격한 극우 활동가 로라 루머의 엑스 계정이 일시 정지된 것이다.
루머는 최근 인터뷰에서 "머스크에겐 질문하는 것조차 허용되지 않는 것 같다"며 "머스크는 트럼프에게 부채가 되고 있다. 그가 행정부에 위기를 초래하기 전에 트럼프가 개입할 것인지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9·11 테러가 미국 정부의 소행이라는 음모론을 퍼뜨리는 등의 기행으로 악명이 높은 루머는 트럼프 당선인과 함께 전용기를 타고 일정에 동행할 정도로 손꼽히는 측근이다.
머스크 CEO와 대립각을 세운 우익 인사는 루머뿐만이 아니다. 트럼프 당선인의 ‘책사’로 불리는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 역시 "머스크가 선거 기간 받았던 숭배에 중독된 것 같다"며 "머스크가 MAGA(트럼프 지지층)를 게으르고 보잘것없다고 생각한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그가 받았던 찬사는 조롱으로 바뀌었다"고 지적했다. 이밖에 트럼프 당선인과 가까운 변호사로 알려진 마이크 데이비스도 머스크 CEO를 향해 "자신의 영역에 머물라"며 그의 도 넘은 영향력 행사에 견제구를 날렸다.
NYT는 이전에도 머스크 CEO의 '대통령 행세'에 대해 불만을 드러낸 사람들은 있었지만, 최근 머스크 CEO가 엑스를 통한 대내외적 내정 간섭으로 도마 위에 오르면서 화를 키우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엑스의 소유주로서 누구보다 표현의 자유를 옹호하고 콘텐츠 검열을 배척했던 머스크 CEO가 정작 자신에 대한 반대 의견은 계정 차단 등을 통해 묵살하면서 적을 만들고 있다는 분석이다.
온라인 발언 검열을 연구하는 에블린 두엑 스탠퍼드 로스쿨 교수는 "머스크의 엑스를 통한 발언 억제는 새로운 일이 아니다"라며 "그가 해온 언론의 절대적 자유주의 주장은 항상 퍼포먼스에 지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루머의 트위터 계정 복구는 당시 새로운 시대의 시작을 상징하는 것처럼 여겨졌다"며 "머스크를 향한 이러한 비난이 루머와 같은 사람에게서 나온다는 것은 특히 시적인 일"이라고 강조했다.
김진영 기자 camp@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