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생포한 북한군 2명과 러시아에 억류된 우크라이나군을 교환하자고 12일(현지시간) 한글로 써서 제안했다. 북한군을 상대로 심문하는 영상도 공개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엑스(X·옛 트위터)에 한글로 "우크라이나는 김정은이 러시아에 억류된 우크라이나 전쟁 포로와 북한 군인의 교환을 조직(추진)할 수 있을 경우에만 북한 시민을 김정은북한 국방위원장에게 넘겨줄 준비가 돼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처음 생포한 (북한) 병사들 외에도 의심할 여지 없이 다른 병사들도 있을 것"이라며 "우크라이나군이 더 많은 것을 점령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썼다. 또한 "세계 누구도 러시아 군대가 북한의 군사 지원에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을 의심해서는 안 된다"며 "이제 그(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는 북한의 군사 지원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젤렌스키 대통령은 "귀환을 원하지 않는 북한 병사들에게는 다른 방법이 있을 수 있다"면서 "특히 이 전쟁에 대한 진실을 한글로 널리 알려 평화를 앞당기고자 하는 이들에게도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생포된 북한군이 고국행을 원치 않을 경우 다른 선택이 가능함을 시사한다.
해당 글은 영어, 우크라이나어와 함께 한글로 별도 게시됐다. 앞서 젤렌스키 대통령은 전날 자국군이 러시아 서부 쿠르스크 지역에서 북한군 2명을 생포했다고 밝히며 이들의 모습과 군인 신분증을 촬영한 사진 등을 공개했었다. 생포된 북한군은 2005년, 1999년생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젤렌스키 대통령은 생포한 북한군을 심문하는 모습이 담긴 영상도 공개했다. 심문은 한국어를 하는 남성의 통역을 통해 이뤄졌다.
손에 붕대를 감은 채 침대에 누운 북한군은 '지금 여기가 어딘지 알아?'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싸우는 것을 알고 있었어?'라는 질문에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어 '지휘관들은 누구와 싸운다고 했느냐'라는 물음에 이 북한군은 "훈련을 실전처럼 해본다고 했어요"라고 답했다. 북한으로 돌아가고 싶은지에 대한 질문에는 머뭇거리다 "우크라이나 사람들 다 좋은가요?"라고 물은 뒤 "여기서 살고 싶어요"라고 했다. 그는 집에 가라면 간다면서도 우크라이나에 남으라면 남겠느냐는 질문에 고개를 끄덕였다.
또 다른 북한군은 북한으로 돌아가고 싶냐는 물음에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북한에 있는 가족들이 자신의 위치를 아느냐는 질문에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앞서 러시아에 파병돼 우크라이나 전쟁에 투입된 북한군 중 사상자가 4000명가량이라고 밝힌 바 있다. 약 1만2000명 규모의 북한 병력은 러시아군 해병대, 공수부대 등에 편입돼 우크라이나군을 상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인해전술식 진격을 되풀이하며 우크라이나군의 드론, 포격에 무방비로 노출된 상태로 전해졌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