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서부 최대 도시 로스앤젤레스(LA)에서 동시 다발한 산불이 계속 확산하면서 좀처럼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새해맞이 폭죽놀이가 산불의 원인일 수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12일(현지시간)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영상과 위성사진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한 결과 이번 산불이 시작된 지점과 새해 첫날 소방 당국이 출동해 화재를 진압한 지점이 비슷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산불은 지난 7일 오전 팰리세이드 지역 샌타모니카산맥 테메스칼 산등성이 자락에서 연기가 처음 시작됐다는 것이 당국의 판단이다. 문제는 엿새 전인 새해 첫날에도 비슷한 지역에서 불이 나 소방 당국이 헬기까지 동원해 진압한 일이 있었다는 것이다. 위성사진을 보더라도 이번 산불 발생 20분 뒤 연기가 난 지점과 지난 1일 화재로 타고 흔적이 남은 지점이 상당 부분 교차했다.
인근 주민들은 새해 첫날의 화재가 전야부터 있었던 새해맞이 폭죽놀이로 발생했다고 증언했다. 당시 화재가 진압되기는 했지만, 불씨가 남아있다가 재점화한 뒤 돌풍을 만나 역대 최악의 산불로 번졌을 가능성이 있다. 마이클 골너 미 캘리포니아대학교 버클리캠퍼스(UC버클리) 교수는 WP에 "불은 재점화되면 서서히 타다가 확 타오르는 것이고 이전의 화재에서 뭔가 남아있다가 일주일 안에 재점화됐을 가능성이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이번 산불 피해를 본 한 주민은 "조사관이 와서 새해 전야의 멍청이들 때문에 이번 일이 생긴 거라고 했다"면서 "(새해맞이) 폭죽 소리를 들었고 새해 첫날 새벽 0시 20분께 불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WP는 콜로라도와 캘리포니아, 하와이 등지에서 이전 화재로 불씨가 남아있다가 대형 산불로 번지는 일이 종종 있었다면서 건조한 기후로 산불이 자주 나는 캘리포니아에서는 당국이 이런 재점화 위험성에 대해 주민들에게 경고해왔다고 지적했다.
이번 산불의 원인을 두고서는 방화부터 전기시설 문제까지 여러 가능성에 대해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 벌써 200조원에 달하는 피해액이 예상되는 가운데 원인 조사에 길게는 몇 달이 걸릴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산불의 원인은 책임 소재와 배상 규모 등을 정하는 데 핵심 요인이다. 이번 산불로 지금까지 24명이 사망하고 1만2000채가 넘는 건물이 불에 탔으며 진화율은 여전히 미미한 상태다.
한편, 이번 산불의 원인일지도 모르는 새해 폭죽놀이와 관련해 일각선 새해 전야 불꽃놀이에 대한 위험성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새해 전야 불꽃놀이는 미국을 비롯해 많은 나라의 전통이자 일종의 놀이 문화다. 하지만 반대 여론도 만만치 않다. 매년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하는 것은 물론, 소음·환경 오염 등 피해도 상당해서다. 실제로 올해 독일에서는 새해 불꽃놀이로 인해 5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작센주 오샤츠에서 한 45세 남성은 폭죽에 머리를 크게 다쳐 병원에서 치료받던 중 숨졌다. 아울러 함부르크와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게제케, 브란덴부르크주 크레멘, 작센주 하르타에서도 각각 1명이 사망했다.
함부르크의 20대 남성은 수제 폭죽을 사용하다가 목숨을 잃었다. 폭죽을 고의로 인파 속으로 던지거나 잘못 폭발해 다친 사례도 여럿 발생했다. 로스토크의 10세 어린이는 얼굴 바로 앞에서 폭죽이 터져 중상을 입었다. 수도 베를린의 한 대학병원은 손 부상으로 치료를 받은 환자가 15명이었다고 밝혔다
방제일 기자 zeilism@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