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간 동고동락한 남편이 즐겨 먹던 들기름에 살충제를 타 먹이려다 미수에 그친 아내가 1심에서 징역형에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아내가 부당한 대우에 장기간 노출되는 등 사정이 있었고 범행에 쓴 살충제의 양이 치사량에 미치지 않았다는 이유로 선처했으나, 남편 측은 온정주의적 판결이라며 반발했다.
13일 전주지법 형사7단독(한지숙 판사)은 특수상해미수 혐의로 기소된 A(64) 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고 이날 연합뉴스 등이 보도했다. A씨는 지난해 4월 전북 임실군의 자택에서 남편 B(66) 씨에게 몰래 살충제를 먹이려 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A씨는 남편 B씨가 평소 자주 먹는 들기름과 알약에 살충제를 넣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들기름을 넣고 밥을 비벼 먹던 B씨가 이상한 냄새를 맡고 즉시 뱉어 범행은 미수에 그쳤다. 그는 "밥을 먹던 중 목이 따끔거리고 아파서 바로 뱉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조사 결과 A씨는 B씨가 평소 취미 생활을 한다며 밖으로만 나가고, 밖에서 자신의 험담을 한다고 생각해 이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파악됐다. 범행 이후 마을 주민들은 법원과 수사기관 등에 탄원서를 내 A씨에 대한 엄벌을 촉구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범행의 수법이 악의적이고 위험하다는 점을 지적하면서도 A씨에게 실형을 선고하지는 않았다. 재판부는 "이 사건의 범행은 미수에 그쳤고, 수사기관의 조사 결과 들기름 등에 넣은 살충제는 치사량에 못 미친 것으로 드러났다"며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은 피해자로부터 가정폭력 등 부당한 대우에 장기간 노출됐고 심리적으로 불안한 상태에서 충동적으로 범행한 것으로 보인다"며 "피고인의 자녀들이 선처를 탄원하는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한편 B씨는 선고 직후 취재진을 만나 "마을 주민들이 낸 탄원서에서 보듯 40년간 함께 산 아내에게 부당한 대우를 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재판부가 한쪽 말만 듣고 선처를 베푼 일방적 판결"이라며 불복 의사를 밝혔다.
김현정 기자 kimhj2023@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