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병화 우려’에 대통령 3명 암살된 뒤에야 경호기관 만든 미국 히틀러 친위대 교훈 새겨 경호기관 쪼갠 독일 건국 때부터 경찰이 맡던 대통령 경호, 박정희 때 직속 기관 설립 “권력분립의 원리에 반하는 대통령의 분신과 같은 기구”
영미법계 주요국 영국, 미국, 캐나다와 대륙법계 주요국 독일, 프랑스, 일본 가운데 대통령이나 국왕 등 국가원수 경호를 위해 직속의 독립기관을 두고 있는 나라는 몇 곳이나 될까? 한 곳도 없다. 현행 정부조직법상 대통령경호처는 대통령 직속이다. 최근 경호처가 공수처와 경찰의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을 막아서며, ‘대통령의 사병’ 역할을 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근본적으로 대통령 경호 업무를 경찰 등으로 이관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논문을 참고해 영미법계인 미국과 대륙법계인 독일의 경호조직 체계를 한국과 비교했다. | 미국 비밀경호국 요원의 모습. AP연합뉴스 | ◆경호기관 ‘사병화’ 대비한 미국과 독일 오늘날 미국은 세계 최강의 대통령 경호조직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는다. 한승훈 동신대 경찰행정학과 교수가 2019년 발표한 논문 ‘선진 각국의 국가원수 경호제도에 관한 연구’를 보면 미국에선 현재 비밀경찰국이 대통령을 경호한다. 비밀경찰국의 설립 당시 목적은 위조지폐 수사였다. 에이브러햄 링컨, 제임스 가필드, 윌리엄 매킨리 대통령이 암살당했지만, 경호기관이 대통령의 사병이 될 수 있다는 우려 탓에 비밀경찰국이 대통령 경호 업무를 맡는 관련 법이 연방의회의 문턱을 넘는 건 쉽지 않았다. 1906년 연방의회에서 통과된 대통령경호법은 비밀경찰국이 대통령 직속 기관이 될 경우 권력이 비대해질 수 있어 원래 소속인 재무부에 존속시키고, 대통령 경호 임무를 추가해 맡도록 했다. 이후 국토안보부로 소속이 변경됐는데, 여전히 대통령 경호만을 전담하는 기구가 아닌 위조지폐 및 경제사범 관련 범죄의 사법경찰권 임무를 가지고 있다. | 사진=EPA연합뉴스 | 독일은 대통령과 총리 등 정부 요인에 대한 경호기관을 분산시켰다. 세계 2차 대전 당시 독재를 위해 경찰권을 키워 이용한 나치 정권에 대한 반성 때문이다. 독일에서 주요 인사 경호는 연방범죄수사청과 연방경찰청, 연방헌법보호청 등으로 분권화돼 있다. 담당 기관을 나눠 경찰기관의 권력 집중을 방지한 것이다. 또 독일에선 주요 인사 경호는 경찰업무의 하나다. 적용되는 법률도 연방범죄수사청법, 연방경찰청법 등이고, 별도로 경호에 관한 법령이 존재하지 않는다. 이밖에 영국과 프랑스, 일본과 캐나다에서도 역시 대통령이나 총리를 비롯한 국가원수 경호는 경찰업무의 일환으로서 경찰이 맡고 있다. 필요에 따라 군 등과 협조할 순 있지만 경찰이 경호체계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한다. ◆“권력분립 원리 반하는 대통령경호처” 시작은 박정희 정권 한국에서도 원래 대통령 경호업무는 경찰 몫이었다. 이승만 전 대통령 경호는 1949년 2월 창설된 ‘경무대경찰서’가 맡았다. 4·19혁명으로 제2공화국이 수립된 1960년 6월 말부터는 서울시경 소속 ‘청와대 경찰관 파견대’가 대신했다. 현행 경찰관 직무집행법도 주요 인사 경호를 경찰관의 직무로 규정하고 있다. |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지난 3일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을 시도한 가운데 서울 용산구 관저 앞에 경호처 직원들이 경계 근무를 서고 있다. 뉴시스 | 지금과 같은 대통령 경호체제는 1963년 12월 ‘대통령경호실법’이 제정되면서 시작됐다. 박정희 당시 국가재건최고회의장이 대통령으로 취임한 뒤 정부기구인 대통령경호실이 발족했다. 이명박 정부 출범 직후 경호실은 대통령실 산하 차관급 경호처로 격하됐고, ‘대통령경호실법’도 대통령경호법으로 바뀌었다. 박근혜 정부에서 경호실로 재승격됐다가 문재인 정부에서 다시 경호처로 환원됐다. 한 교수는 지금의 제도에선 경호기관이 ”대통령의 친위대”로 전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대통령경호법에 따르면 ‘대통령경호안전대책위원회’의 당연직 위원장인 경호처장은 경찰청 경비국장과 합동참모본부 소속 장성급 장교, 수도방위사령부 참모장 등을 소집할 수 있다. 한 교수는 “대통령 경호라는 명분으로 유관기관을 직간접적으로 통솔할 수 있다”며 “권력분립의 원리에 반하는 대통령의 분신과 같은 기구라고 볼 수 있으며, 선진국들이 가장 우려하고 경계하는 조직구조를 갖고 있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 경기 과천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서 관계자들이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 한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13일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과 관련해 국방부와 대통령경호처에 전날 밤 협조 공문을 발송했다고 밝혔다. 같은 날 경호처는 경찰 국가수사본부에 내부 기밀을 유출한 혐의를 받는 간부를 대기발령 했다고 밝혔다. 경호처는 이날 공지에서 "(이 간부가) 1월 모일 모 호텔에서 국수본 관계자 2명을 만나 군사 주요 시설물 위치 등 내부 정보를 전달한 사실이 확인됐으며, 그 외 여러 외부 경로를 통해 기밀 사항을 유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며 “(국수본 관계자에 대해서는) 대통령 경호 안전 대책에 치명적 위험을 초래한 데 대해 법적 조치를 통해 반드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윤준호 기자 sherpa@segye.com
| <본 콘텐츠의 저작권 및 법적 책임은 세계일보(www.segye.com)에 있으며, 뽐뿌는 제휴를 통해 제공하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