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탄핵심판 3차 변론기일에 직접 출석한 가운데 윤 대통령 측이 재차 "부정선거 의혹으로 인한 계엄"을 주장하자 국회 측에서 "무책임하고 객관성 없다"면서 공방을 이어갔다. 
21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3차 변론기일에서 국회 탄핵소추인단과 윤 대통령의 대리인단의 1시간 43분여간의 공방이 벌어졌다.
윤 대통령의 대리인단은 준비한 PPT를 통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시스템을 지적하며 또다시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했다. 대리인단은 "국정원이 발표한 선관위 투개표 시스템 보안점검 결과 통합선거인명부시스템의 내용 변경이 가능했고, 사전투표 용지를 얼마든지 만들어낼 수 있었다"며 "또 21대 총선 현장에서 촬영된 투표지 사진을 보면 신권 다발같이 빳빳한 투표지 묶음이 발견됐다"고 발표했다.
이어 "대법원은 진술서 한 장도 증거로 제출하지 않은 선관위의 해명을 그대로 인용했다"며 "국권침탈세력에 의한 거대한 부정선거 의혹이 있었으나, 선관위와 법원에 의해 제도적으로 해결되지 않은 국가비상상황이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국회 소추인단은 "피청구인 측은 지난 2차 변론부터 다양한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데 이는 모두 대법원과 사법기관을 통해 모두 근거 없는 사안으로 판단된 사항"이라며 "오히려 선거 부정을 저지를 수 있는 위험한 존재는 선관위보다 더 큰 힘을 가지고 있는 행정부와 대통령"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가령 부정선거가 있다고 해도 피청구인이 계엄을 선포하고 병력 동원해서 국회에 침입하는 등 이 사건의 탄핵 소추사유를 전혀 정당화시킬 수 없고, 탄핵심판의 쟁점도 아니다"고 덧붙였다.
또 국회 소추인단은 재판부에 부정선거 의혹에 대한 주장을 제한해줄 것도 요청했다. 이들은 "이번 서울서부지법 폭도들의 만행도 이런 무책임한 주장으로 초래했다. 국가적 혼란 속에서 이런 음모론은 공동체의 가치를 파괴하고 오랫동안 민주주의를 해치는 무책임한 주장"이라며 "선거 공정성을 쓰레기통에 구겨 넣는 주장을 방치하면 민주주의도 같은 운명에 처할 수밖에 없다. 이런 주장을 재판부에서 제한해달라"고 강조했다.
이에 윤 대통령은 직접 '부정선거론'을 언급하며 사실 확인을 해볼 필요가 있다며 대리인단에 힘을 실어줬다. 윤 대통령은 "2023년 10월 국정원이 선거관리위원회 전산 장비의 극히 일부를 점검한 결과 문제가 많이 있었다. 음모론이 아닌 사실을 확인하자는 차원"이라며 "부정 선거 자체를 색출하라는 게 아니라 선관위의 전산 시스템을 전반적으로 스크리닝(점검)할 수 있으면 해보라고 한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날 변론에서 부정선거 의혹 외에 계엄 사태에 대해 국회 측은 '사전 모의 가능성'을, 윤 대통령 측은 '거대 야당에 대한 경고'를 주장했다. 국회 소추인단은 지난달 4일 계엄군이 선관위 청사에 진입하는 영상 증거를 제시하며 "계엄 선포 직후부터 4~5분 후 모습인데, (계엄이) 미리 준비되지 않았었다면 선관위에 곧바로 진입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윤 대통령 대리인단은 계엄 사태는 '거대 야당으로 인한 국정 마비에 대한 경고'였다고 주장했다. 대리인단은 "거대 야당의 전무후무한 탄핵소추 남발, 입법 폭주, 무차별 예산 삭감 등 국가 이익에 반하는 위기를 멈추기 위한 경고였다"며 "포고령은 계엄의 형식을 갖추기 위한 것이기에 집행 의사는 없었다"고 말했다.
한편 다음에 열리는 4차 변론기일은 오는 23일 오후 2시에 진행된다. 이날 오후 2시30분에 김용현 전 국방부장관에 대한 증인신문이 예정돼있다. 조지호 전 경찰청장은 김 전 장관과 함께 증인신문이 예정돼있었지만, 건강 문제로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해 재소환을 보류하기로 했다.
재판부는 이진우 육군 수도방위사령관과 여인형 국군 방첩사령관, 홍장원 전국가정보원 1차장은 2월 4일, 곽종근 육군 특수전사령관과 김현태 특전사 707특수임무단장, 박춘섭 대통령실 경제수석은 2월 6일에 증인 신문하기로 결정했다.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은 2월 11일에 증인 신문이 이뤄질 예정이다.
염다연 기자 allsalt@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