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 포럼) 둘째 날인 21일(현지시간) 전 세계 정·재계 인사들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에 따른 변화에 주목하고 있다. 당장 취임 첫날부터 관세를 부과하지 않은 데 대해선 한숨을 돌리면서도 글로벌 경제·안보 지형 변화를 분석하고 대응 방안 모색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 운동 기간 모든 수입품에 10~20% 보편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언했다. 취임 직후 2월1일부터 캐나다와 멕시코엔 25%, 중국엔 10% 관세 부과를 예고하는 데 그치며 예상보다 관세 부과 범위가 줄었으나 대외수입청 신설 등 정책을 쏟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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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고지 오콘조이웨알라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은 이날 다보스포럼에서 "전 세계 누구에게도, 심지어 미국에도 관세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우리는 관세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2023년 주요국 경제에 큰 타격을 준 인플레이션이 관세 전쟁 속 다시 심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니콜라이 탕겐 노르웨이 국부펀드 최고경영자(CEO)는 "관세로 인해 인플레이션이 확실히 발생할 것"이라며 장기 금리 상승, 정부 부채 증가, 지정학적 긴장 등을 시장의 주요 위험으로 지적했다. 세르지오 에르모티 UBS CEO도 "관세는 인플레이션을 낮추는 데 실제로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며 "사람들이 믿는 만큼 금리가 빨리 내려가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각국은 트럼프 대통령 재집권을 의식한 발언을 내놓았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25년간 유럽은 성장을 위해 세계 무역 급증에 의존해왔다. 러시아의 저렴한 에너지에 의존하고 너무 자주 안보를 아웃소싱했다"며 "그러나 그런 시절은 지나갔다"고 말했다. 또 새로운 미국 행정부와 논의할 준비가 돼 있다며 "조기에 참여해 공동의 이익을 논의하며 협상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무역 전쟁을 벌였던 중국의 딩쉐샹 부총리는 "보호무역주의는 아무 곳으로도 이끌지 못한다. 무역 전쟁에는 승자가 없다"고 강조했다. 또 "세계가 여러 체계로 분열되면 상상할 수 없는 결과가 올 것"이라며 "어느 나라도 피해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무역 흑자를 추구하지 않는다"며 "균형 잡힌 무역을 촉진하기 위해 더 경쟁력 있고 품질 좋은 제품과 서비스를 수입하고 싶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으나 그를 의식한 유화 제스처로 풀이된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미국은 유럽을 제외하면 가장 가까운 동맹국이다. 앞으로도 지금처럼 유지되도록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며 "우리의 번영을 유지하려면 기술적 우위를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빠른 종전을 공언한 만큼 새 행정부에서 달라질 세계 안보 지형도 주요 의제였다. 숄츠 총리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국경의 불가침성이라는 국제 질서를 위반했기 때문에 전쟁에서 승리해선 안 된다며 "우크라이나 국민이 전쟁이 어떻게 끝나는지에 대한 최후 결정권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미국은 없어서는 안 될 동맹국이라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유럽에 주목하거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가 필요하다고 보고, 국제기관을 존중할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유럽과 러시아를 가르는 바다는 없다"며 "북한군은 평양보다 다보스에서 더 가까운 곳에서 전투를 벌이고 있다"고 경고했다. 또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유럽 평화유지군 구상을 거론하며 "최소 20만명의 평화유지군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오수연 기자 syoh@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