警 ‘제2박사방’ 자경단 54명 검거 총책 ‘목사’ 지칭… 집사·전도사 구분 15세 학생 등 미성년 11명도 가담 허위영상물 제작 접근… 신상 털어 “지배 상태 벗어나려면 성관계해야” 협박·세뇌… 불이행 땐 성적 학대 10대 159명 피해… ‘박사방’ 10배 텔레그램 범죄 자료 회신 첫 사례
A씨는 텔레그램에서 타인의 사진을 보내면 딥페이크 기술로 허위영상물을 제작해 주는 채팅방을 찾던 중 B씨의 메시지를 받았다. B씨는 “채팅방에 초대해주겠다”며 허위영상물로 제작하려는 대상의 이름과 주소 등 개인정보를 요구했다. A씨는 B씨를 텔레그램 계정에 추가했는데,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신상정보가 넘어가면서 덫에 빠졌다. B씨는 A씨의 일거수일투족을 보고하게 했다. 수치스러운 사진을 찍어서 보내게 하는 등 협박과 성적 착취를 이어갔다. “학생증을 찍어보내라”는 요구를 거절하면 “그럼 자살뿐이겠네요”라는 답이 왔다. B씨가 속한 이른바 ‘자경단’으로부터 같은 수법으로 당한 피해자가 200여명에 달했다. 여기엔 청소년도 다수 포함됐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자경단 조직원 14명을 검거하고, 총책이자 ‘목사’라는 이름으로 활동한 33세 남성 B씨를 범죄단체조직 및 청소년성보호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했다고 23일 밝혔다. 자경단 조직원 중에는 15세 중학생 1명과 고등학생 6명 등 미성년자 조직원도 11명이다. 경찰은 이들 조직에 딥페이크 성착취물을 제공하는 등 사이버 성폭력에 참여한 73명도 특정했는데, 이들 중 40명을 검거하고 1명은 구속송치했다. 경찰에 따르면 B씨는 2020년 5월 자경단을 결성한 뒤 남녀 피해자 234명을 상대로 가학적 성착취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피해자 중에는 10대 남녀 159명(남성 57명·여성 102명)이 포함됐다. 10대 여성 피해자 10명은 B씨에게 성폭행과 불법 촬영까지 당했다. 텔레그램에서 발생한 성폭력 사건으로 악명 높은 ‘박사방’ 사건의 피해자는 미성년자 16명을 포함해 총 73명이었는데, 피해자 숫자는 자경단이 2배 이상이다. B씨는 A씨 사례처럼 딥페이크 합성물 제작에 관심을 보인 남성이나 여성에게 접근한 뒤 신상정보를 확보해 협박했다. 약점이 잡힌 피해자를 자경단 조직원으로 포섭하고 이들이 또 다른 피해자를 끌어들이는 일종의 ‘피라미드’ 구조다. 자경단은 목사 B씨 아래 ‘집사’, ‘전도사’, ‘예비전도사’로 계급을 나누고, 상명하복 체계로 움직였다. 새로운 피해자를 끌어들이거나 성착취물을 제작하고 유포하면 계급이 올라갔다. B씨는 경찰 조사에서 드라마 ‘수리남’의 주인공을 모티브로 호칭과 계급 이름을 정했다고 했다. 이들은 협박과 세뇌를 통해 피해자의 심리를 지배했다. 1시간마다 일상을 보고하고 반성문을 쓰게 했다. 이를 어기면 벌을 준다는 명목으로 나체 촬영 및 자해 등 가학적 행위를 강요했다. 목사는 일부 여성에겐 ‘지배 상태에서 벗어나게 해주겠다’며 성관계를 강요했다. 지시를 따르지 않은 조직원은 다른 조직원에게 유사강간 등 성적 학대를 당했다. 이번 사건은 텔레그램으로부터 범죄 관련 자료를 받은 최초 사례다. 경찰은 이 사건을 계기로 지난해 10월 텔레그램과 수사협조 체제를 구축했고, 이후 범죄 관련 정보를 공식적으로 회신받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조직원들의 압수물을 분석해 추가 피해자를 특정하는 한편 아직 붙잡히지 않은 조직원을 쫓고 있다. 또 19개 범죄 혐의가 적용된 목사를 상대로 전날 신상정보 공개 심의위원회를 개최했다. 윤준호 기자 sherp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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