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으로 인한 스트레스, 신체 면역체계 변화 염증 유발해 뇌졸중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
#. 김모(68) 씨는 최근 병원에서 뇌졸중 진단을 받았다. 김 씨는 어린 시절 부모의 이혼을 경험한 후, 경제적 어려움과 정서적 불안정 속에서 성장했다고 회상했다. 부모의 이혼으로 가족 관계가 단절됐고, 그는 심리적 스트레스를 해소할 방법을 찾지 못한 채 성인이 되었다. 김 씨는 자신의 경험이 과거의 상처와 관련 있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접하며 "어린 시절 받은 심리적 충격이 건강에 이렇게 큰 영향을 미칠 줄 몰랐다"며 놀라움을 표했다. 어린 시절 부모의 이혼을 경험한 경우 나이가 들어 뇌졸중을 겪을 위험이 61% 더 높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이 연구는 캐나다 토론토 대학교와 틴데일 대학교, 미국 텍사스 대학교(알링턴 캠퍼스) 연구진이 공동으로 수행했다. | 기사 특정내용과 무관. 게티이미지 | 65세 이상 미국인을 대상으로 한 이번 연구에 따르면, 18세 이전에 부모가 이혼한 경험이 있는 사람 중 11.2%가 뇌졸중 진단을 받았다. 이는 부모가 이혼하지 않은 사람의 뇌졸중 발병률(7.5%)보다 유의미하게 높은 수치다. 연구 결과는 과학저널 플로스 원(PLOS One)에 게재되었다. 제1저자인 메리 케이트 실케(Mary Kate Schilke) 틴데일 대학교 심리학과 강사는 "흡연, 신체활동 부족, 낮은 소득 및 교육 수준, 당뇨병, 우울증, 낮은 사회적 지위 등 대부분의 뇌졸중 위험 요인을 고려한 후에도 부모의 이혼 경험이 뇌졸중 발병 위험을 61% 높였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과거에도 유사한 결과를 확인한 바 있다. 약 10년 전 수행된 다른 인구 기반 연구에서도 부모의 이혼이 뇌졸중 위험을 증가시킨다는 결론이 도출되었으며, 이번 연구는 이를 재확인한 것이다. 책임저자인 에스미 플러-톰슨(Esme Fuller-Thomson) 토론토 대학교 교수는 "어린 시절 부모의 이혼 경험이 높은 수준의 스트레스 호르몬을 지속적으로 유발할 수 있다"며 "이혼으로 인한 장기적인 스트레스는 신체의 스트레스 반응 체계를 변화시키고 염증을 유발하여 뇌졸중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 수치의 상승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이번 연구는 2022년 실시된 '행동 위험 요인 감시 조사'(Behavioral Risk Factor Surveillance Survey) 데이터를 활용해 미국 노인 1만3205명의 설문 응답을 분석했다. 연구에 참여한 사람 중 13.9%가 어린 시절 부모의 이혼을 경험했으며, 아동 학대 이력이 있는 참가자는 제외했다. 공동저자인 필립 바이든 텍사스 대학교 사회복지학과 부교수는 "어린 시절 신체적?성적 학대를 경험하지 않았더라도, 부모가 이혼한 경우 뇌졸중 위험이 더 높았다"고 밝혔다. 이는 부모의 이혼 경험이 당뇨병이나 우울증 같은 주요 뇌졸중 발병 요인과 비슷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연구진은 이혼에 대한 사회적 인식 변화가 이런 위험성을 완화할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번 연구는 이혼이 드물고 사회적 낙인이 강했던 1950년대 이전에 태어난 노년층을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이 같은 연관성이 현재 젊은 세대에서는 덜 분명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 기사 특정내용과 무관. 게티이미지 | 통계청의 '2023년 혼인?이혼 통계'에 따르면 2023년 이혼 건수는 약 9만 2천 건으로, 최근 3년간의 평균 이혼 건수는 약 10만 건에 이른다. 이혼한 부부 중 미성년 자녀가 있는 경우는 42.9%로 나타났다. 이혼의 빈도와 사회적 수용도가 증가하면서, 이혼이 미성년 자녀에게 미치는 장기적 영향 역시 변화할 가능성이 있다. 다수의 연구에서 이혼 가정의 자녀들이 심리?정서적 문제를 경험하며, 이러한 어려움이 성인기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이 밝혀졌다. 전문가들은 "이혼은 자녀에게 세계가 무너지는 듯한 느낌을 줄 수 있다"며 "특히 부모가 갈등을 공개적으로 드러내거나 자녀에게 책임을 전가할 경우, 자녀의 고통이 심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혼 후에도 부모가 자녀를 위한 협력적 파트너로 남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이 강조된다. 국내 상담학 논문에서는 이혼한 부모가 자녀를 위해 가져야 할 태도를 다음과 같이 제안했다: ▲이혼의 결정과 과정을 자녀와 소통할 것 ▲별거 또는 이혼이 확정되면 실행 전에 자녀에게 알릴 것 ▲자녀 앞에서 상대 배우자에 대한 부정적인 언급을 피할 것 ▲자녀를 심리적 도구나 갈등의 수단으로 이용하지 말 것 ▲이혼 후에도 자녀의 양육에 최선을 다해 이혼 전과 비슷한 환경을 유지할 것 ▲가정을 긍정적이고 자율적인 분위기로 이끌 것 ▲과잉보호를 삼가고 자녀에게 책임을 미루지 말 것 ▲이혼에 대해 자녀가 책임감을 느끼지 않도록 할 것 ▲약속을 반드시 지킬 것 전문가들은 "부모의 이혼이 자녀에게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부모로서의 역할과 책임을 지속적으로 이행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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