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관세를 사랑한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대선 레이스 기간 동안 이 같은 발언을 수차례 했다. 자신이 당선되면 경쟁자들에게 주저없이 관세를 부과해 미국의 이익을 챙기겠다는 뜻이다. 당선 뒤에는 취임과 함께 최대 경쟁국인 중국에 고율관세를 부과하고, 이외 국가에도 10~20%의 보편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세계 최대 경제대국 미국의 차기 대통령의 발언이니 전 세계 경제가 들썩거릴 수밖에 없다. 특히, 세계 최대 자산시장인 미 증시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관련 발언 하나하나마다 민감하게 반응하며 등락을 거듭했다. | 사진=AFP연합뉴스 | 일단, 취임식 직후로는 시장은 안도감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 20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한 뒤 미 증시가 3거래일간 지속적으로 상승한 것. 21일~23일 스탠더드앤드푸어스(S&)500 지수는 각각 0.88%, 0.61%, 0.53% 올랐다. 취임식 효과로 인한 상승만이 아니라는 평가가 주를 이었다. 가장 핵심적인 상승요인은 관세에 대한 우려 일부 해소.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 중국과 캐나다, 멕시코 등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공언과 달리 정작 취임식이 끝난 뒤에는 관세 부과를 유예했다. 그동안 시장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부과에 대한 실제 의지가 없고, 이를 협상 카드로 활용할 것이라는 해석이 일부 있었는데 이제는 이런 해석이 더 힘을 얻는 분위기다. 이에 따라 트럼프발 관세에 따른 증시 불안은 일단은 유예된 상황이다. 이미 “중국과 무협협상을 할수 있다”고 밝힌만큼 트럼프 대통령이 대외 협상을 통해 관세 부과 가능성이 낮아질 경우 오히려 증시에 호재로 작용할 수도 있다. | 사진=AFP연합뉴스 |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공언대로 관세를 부과할 가능성도 여전하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대통령의 보좌진 사이에서 2월1일부터 멕시코와 캐나다에 25%의 관세를 부과하려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고 26일 보도했다. 불법체류자 인수를 거부한 콜롬비아 정부가 25%의 관세 폭탄을 맞은 뒤 9시간 만에 백기를 들고 미국의 요구를 수용한 것처럼 멕시코와 캐나다에 대해서도 관세를 부과해 협상에 향후 있을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려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캐나다와 멕시코에 미국·멕시코·캐나다 무역협정 개정(USMCA) 요구와 함께 국경 강화 등을 요구하는 상황이다. 향후 이들 국가와 관련 협상시 관세가 가진 협상카드로서의 위력을 더 강화하기 위해 실제 부과에 나설수 있다는 뜻으로 특히 보호무역주의 성향이 짙은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 지명자가 협상 전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과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를 협상을 위한 ‘무기’로 활용하는만큼 관세로 인한 불확실성은 커질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글로벌 투자은행(IB) 등은 여전히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정책을 증시 등 자산시장의 변동성을 키우는 위험요소로 판단한다. 시티그룹의 솔스콧 크로너트 애널리스트는 지난 25일 고객에 보낸 투자 메모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모든 나라에 10~20% 보편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발언을 아직 행동에 옮기지 않았지만 여전히 “트럼프 대통령이 논의하는 정책 중 주식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볼 때 관세가 가장 두드러진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솔리타 마셀리 UBS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많은 투자자가 관세를 최우선으로 고려하고 있고, 트럼프 대통령이 경제 성장과 인플레이션 등에 영향을 미칠 가장 일방적인 권한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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