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5~6번 왔지만 처음 보는 광경"
매출 50% '뚝'…북촌 다시 찾을까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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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4차 변론이 열리는 지난달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인근에서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는 모습. /사진공동취재단 |
[더팩트ㅣ이윤경 기자] 헌법재판소 인근에서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의 탄핵 반대 시위가 연일 이어지면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눈살을 찌푸리고 있다. 대한민국 대표 관광명소인 북촌 한옥마을 기피 현상도 우려된다.
지난 12일 헌재와 약 300m 떨어진 북촌 한옥마을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들은 통행에 불편을 겪었다. 서울 지하철 3호선 안국역을 중심으로 헌재 인근 곳곳에서 윤 대통령 지지자들의 크고 작은 시위가 열려 경찰의 경비가 삼엄했기 때문이다. 이날은 윤 대통령 탄핵 심판 변론기일이 아닌데도 지지자들이 모여 탄핵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안국역 3번 출구로 나온 외국인들은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깜짝 놀라는 표정이었다. '화교짱개 대청소', '노 차이나(NO CHINA)', '국민 저항권 발동' 등 문구가 적힌 팻말이 늘어서 있었고, '윤석열 탄핵무효' 집회로 인해 1개 차선 통행은 제한됐다. 안국역 사거리부터 재동초등학교까지 경찰은 경비를 서고 있었다. 헌재 앞에는 20여대의 경찰버스가 도로 양옆으로 대기했고, 헌재 정문에는 바리케이드가 쳐져 있었다.
북촌으로 가는 인도는 50여명의 윤 대통령 지지자들로 가득 차면서 통행에 어려움을 겪었다. 외국인들은 놀라움과 두려움이 섞인 표정으로 집회를 쳐다보며 인도와 경찰버스 사이 좁은 통로를 한 줄로 서서 이동했다. 한 외국인은 "북한, 중국과 관련된 것이냐"고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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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첫 변론기일을 앞두고 경찰들이 헌재 앞에서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헌재는 이날 오후 2시 대심판정에서 윤 대통령 탄핵심판 1차 변론기일을 연다. ‘12·3 비상계엄’이 선포된 지 42일 만이다. |
한복을 차려입은 태국인 가족 여행객은 결국 우회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30대 태국인 여성은 "한국에 5~6번 왔지만 처음 보는 상황"이라며 "워낙 큰 정치적인 사안이기도 하고 시위자들도 시끄럽게 막고 있어 두렵다"고 말했다. 30대 필리핀 여성도 "가족과 여행을 왔다. 한국에 처음 온 것도 아닌데 이런 광경은 처음 봤다"며 "소리 지르고 서로 비난하는 걸 들으니 지나다니기 무섭게 느껴진다"고 했다.
시위에 따른 관광객들 발길이 줄면서 자영업자들의 시름도 깊었다. 북촌 자영업자들은 올 1월 매출이 지난해 12월보다 50%가량 줄었다고 주장했다. 한복 대여점을 운영하는 40대 박모 씨는 "(경찰들이) 차벽을 세우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윤 대통령이 출석할 땐 안국역 사거리에서부터 길이 막힌다"며 "서울서부지법 폭동 이후로 경비는 강화됐고 변론기일이 오전으로 바뀌면서 아침 8시부터도 차벽이 깔린다"고 토로했다.
이어 "(관광객들이) 한두달 전에 예약하고 결제까지 하지만 가게 앞에 와서 사진을 찍어서 보낸다. '들어갈 수 없으니 취소해달라'는 얘기"라며 "외국인 여행객들이 통제를 뚫고 들어와야 될 이유는 없다. 영업적 손실도 있지만 그 분들 일정도 차질이 생기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 탄핵 심판 이후에도 외국인들이 다시 북촌을 찾지 않을 것이란 우려도 이어졌다. 시위자들의 욕설과 고성으로 인해 북촌의 이미지까지 추락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상인 이모 씨는 "3월에 상황이 끝나고 나더라도 다시 외국인들이 북촌 일대를 찾아줄까 하는 걱정도 많다"며 "시위는 할 수 있지만 몇십 명들이 모여서 쌍욕을 한다. 외국인들이나 애들이 지나가기가 너무 민망할 정도"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