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변화로 인해 그린란드를 뒤덮고 있는 빙하가 녹자 북극해 뱃길이 열렸고, 주변에 묻힌 지하자원 채굴도 가능해지면서 군사·경제적 가치가 함께 높아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덴마크령 그린란드를 차지하기 위해 영토 팽창 야욕을 서슴없이 드러내자 덴마크는 북극에 3조원 규모의 방위비를 투입하겠다고 맞섰다.
그린란드 사람들의 독립에 대한 열망이 그 어느 때보다 고조된 상황. 3월 조기 총선을 앞둔 그린란드의 정치적 상황과 이를 둘러싼 세계열강의 속내를 알아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드러낸 영토 확장 야욕으로 인해 3월 치러질 그린란드 조기 총선에서 현 집권당의 연임 가능성이 커졌다.
4년 전 선거에서 그린란드 주민들은 그린란드의 독립을 지지하는 진보적 성향의 정당, ‘이누이트 아타카티깃(Inuit Ataqatigiit·IA)’의 손을 들어줬다.
IA는 그린란드의 개발보다는 환경에 중점을 둔 정당이기도 하다.
트럼프 대통령의 ‘그린란드 매입’ 주장 이후로 지속해서 달궈진 독립에 대한 열망은 정권 연장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덴마크령 그린란드가 다음 달 11일 총선을 실시한다.
예정된 일정인 4월 6일보다 한 달 앞당겼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영토 압박에 맞서 주민들의 결속을 공고히 하고 자체적인 대응책을 마련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무테 에게데 그린란드 자치 총리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을 통해 "우리나라 역사상 경험해 본 적이 없는 시기"라며 "현재는 내부 분열이 아니라 우리나라를 협력하고 단결해야 할 때"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저는 다시 한번 여러분을 위해 일하고 우리나라를 이끌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해당 안건은 그린란드 의회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현재 그린란드 의회(총 31명)는 2021년 선거에서 승리한 제1정당 IA가 12석을 차지하고 있다.
당시 선거에서 10석을 배정받은 시우무트(Siumut)와 IA는 연립 정부를 구성했다.
이 밖에도 군소정당 날레라크(Naleraq) 4석, 데모크라터네(Demokraterne) 3석, 아타수트(Atssut) 2석을 갖고 있다.
그린란드는 4년마다 비례대표 선출 방식으로 의원을 선출한다.

이번 조기 총선 결정은 그린란드 내부 독립에 대한 열망이 강해지고 있는 분위기가 반영됐다.
최근 현지에서 진행된 다수 여론조사를 종합하면 그린란드 주민들의 독립 찬성 비율은 80~90%에 이른다.
트럼프 대통령의 과도한 영토 집착이 오히려 독립에 대한 주민들의 결속력을 공고히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의 야욕이 오히려 독립의 기폭제가 된 셈이다.
4년 전에도 그린란드는 조기 총선을 치렀다.
당시엔 희토류 광산 산업에 대한 찬반 문제가 가장 큰 이슈였다.
그린란드 남쪽 광산 개발 사업을 놓고 환경파괴 우려가 일자 여당 내에서도 의견이 갈렸고 연립정부가 붕괴하면서 총기 총선이 치러졌다.
IA는 당시 우라늄을 포함한 희토류 개발에 반대했고, 주민들의 의견과 맞아떨어져 선거에서 승리했다.
당시 여론조사에 따르면 그린란드 주민 60%가 광산 개발에 반대했다.
과거 그린란드는 ‘독립은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 중론이었다.
어업과 관광업이 주된 산업인 그린란드는 덴마크로부터 매년 39억 덴마크크로네(약 5억4000만달러), 그린란드 정부 예산의 3분의 2를 지원받는다.
이런 상황에서 섣부른 독립은 오히려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판단이 있었다.
2009년부터 2021년까지 집권당이었던 시우무트는 경제적 안정과 제도적 준비가 충분히 이루어진 후에야 독립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우무트는 경제 개발과 외국 자본 유치 등을 통해 자립 기반을 강화하는 실용적 접근 방식을 택했다.
그러나 2021년 선거에서 IA가 승리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더욱이 트럼프가 지난해 말부터 드러낸 영토 야욕은 4월 예정이던 총선도 한 달 앞당겨 실시토록 만들었다.
IA와 시우무트, 두 정당은 자원 개발과 독립을 놓고 다소 입장 차이를 보였지만 현재 같은 정치적 관점을 유지하고 있다.
프랑크 세예르센 코펜하겐대학교 그린란드 및 북극 연구 분야 부교수는 인터뷰에서 "IA와 시우무트는 정치적 관점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독립에 대한 강력한 정치적, 대중적 동력을 유지하고 있으며 독립의 가능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점에 대해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두 정당은 연립 정부를 함께 구성하고 있다.

3월 조기 총선 이후 덴마크령인 그린란드가 덴마크 본국으로 완전히 귀속될 가능성도 크지 않다.
그린란드의 독립 의지가 전보다 더 강해졌기 때문이다.
이런 의지는 무테 에게데 그린란드 자치 총리의 신년사에서도 잘 드러났다.
에게데 총리는 "역사 그리고 현 상황을 보면 덴마크와 완전히 평등한 협력을 이루는 데 성공하지 못했다"면서 "세계 다른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우리는 소위 식민주의의 족쇄라고 할 수 있는 협력의 장애물을 제거하고 전진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린란드가 덴마크로부터 예산을 지원받고는 있지만, 감정적으로는 두 나라 사이가 계속 멀어지고 있다.
오랜 기간 같은 나라로 묶여 있었어도 서로 융화되지 못했다.
최근엔 덴마크 정부가 과거 그린란드 주민을 대상으로 불법적인 산아 제한 정책을 편 것이 드러나 논란이 됐다.
1960~70년대 덴마크 정부는 그린란드 가임 여성의 절반에 해당하는 4500여명에 대해 최저 13세 소녀들에게까지 자궁 내 장치(IUD)를 삽입했다.
그린란드 인구 증가를 막기 위해서였다.
문제가 지속해서 제기되자 덴마크와 그린란드 정부는 2022년 공동 조사를 시작했고, 보상을 위한 절차를 준비 중이다.
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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