뽐뿌 뉴스
사회뉴스 입니다.
  • 북마크 아이콘

“간 때문이야? 술 때문이야!”

알코올, 위험한 이유…체내 분해 과정에서 생성되는 독성물질 때문
전문가 “술 종류와 무관…과도한 음주는 모든 암 위험 증가시킨다”


김모(45)씨는 한 IT 회사에서 근무하는 직장인으로, 회식과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매일 저녁 소주 반 병(약 360ml)을 마시는 것이 습관이었다.
그는 평소 혈압이 높고, 허리둘레도 40인치를 넘는 복부 비만 상태였지만, 특별한 증상이 없어 건강에 대한 걱정을 크게 하지 않았다.

최근 들어 피로감이 심해지고,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 정도로 몸이 무거워졌다.
병원을 방문한 김씨는 간 수치(AST·ALT)가 정상 범위를 초과했다.
간 초음파 검사 결과 지방간이 심각한 상태라는 진단을 받았다.
담당 의사는 “당뇨 전단계에 있으며, 지속적인 음주는 간 섬유화로 진행될 위험이 크다”고 경고했다.

그는 하루 한두 잔으로 음주량을 줄이고, 주 3일은 금주하는 방식으로 습관을 바꿨다.
운동과 식단 관리를 병행하며 체중을 감량하기 시작했다.
6개월 후 재검진에서 간 수치가 개선되고, 체중도 줄어든 것을 확인한 김씨는 “술이 문제였다는 걸 이제야 실감했다”며 건강관리의 중요성을 깨닫게 되었다.

게티이미지뱅크

술을 많이 마시면 가장 큰 손상을 입는 장기는 간이다.
이는 알코올의 대부분이 간에서 분해되기 때문이다.
매일 소주 1병을 마셔도 간이 멀쩡한 사람이 있는 반면, 가끔 소량만 마셔도 간 질환에 시달리는 사람도 있다.

이는 간에서 알코올을 분해하는 효소의 활성도가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알코올 분해 효소가 활발한 사람은 상대적으로 간 손상이 적지만, 효소 활성이 낮은 사람은 소량의 음주에도 간에 무리가 갈 수 있다.

16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교 연구진에 따르면 고혈압, 당뇨병, 복부 비만이 있는 경우 간 질환에 걸릴 위험이 더 높아진다.

국제 학술지 임상 위장병학과 간장학(Clinical Gastroenterology and Hepatology)에 발표된 연구를 보면 매일 알코올을 섭취하는 사람 중에서 고혈압, 당뇨병, 비만(허리둘레 남성 40인치·여성 35인치 이상)을 가진 경우 간 질환 발생 위험이 최대 2.4배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의 진단을 종합하면 고혈압, 당뇨병, 비만은 간에 지방이 축적되는 주요 원인이다.
간에 지방이 쌓이면 간 섬유화(정상적인 간세포가 염증으로 파괴되고 그 자리를 흉터 조직이 대체하는 현상)로 이어질 수 있다.
간 섬유화가 진행되면 간이 점점 딱딱해지는 간경화, 정상적인 단백질 합성과 대사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는 간부전, 심지어 간암으로 악화할 가능성이 있다.

연구진은 미국 국민 건강·영양 조사(NHANES) 데이터를 분석했으며, 4만1000명 중 2200여명을 ‘과음자’로 분류했다.
과음자는 매일 순수 알코올 20g을 섭취하는 여성과 30g을 섭취하는 남성으로 정의했다.
이는 소주(17도) 기준으로 각각 0.42병(360㎖ 기준)과 0.62병에 해당하며, 맥주로는 각각 500㎖와 750㎖, 와인으로는 각각 200㎖와 300㎖ 정도다.

분석 결과 당뇨병이나 복부 비만이 있는 과음자는 간 질환 발생 위험이 2.4배 높았다.
고혈압이 있는 과음자는 1.8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공동 연구자인 브라이언 리 교수(임상의학)는 “기저 질환으로 인해 간에 이미 지방이 축적된 상태에서 추가적인 음주가 지방을 더 쌓이게 해 결국 섬유화가 증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에서 정의한 ‘과음’의 기준은 미국의 하루 알코올 권장 섭취량(남성 2잔·여성 1잔)과 유사하다.
한 잔은 순수 알코올 14g에 해당하며, 이는 맥주(4.5%) 355㎖, 와인(12%) 148㎖, 위스키(40%) 44㎖ 또는 소주(17도) 103㎖(360㎖ 기준 약 3.5분의 1병)와 비슷한 양이다.

게티이미지뱅크

알코올이 위험한 이유는 체내 분해 과정에서 생성되는 독성물질 ‘아세트알데하이드’ 때문이다.
이 물질은 간, 췌장, 뇌와 같은 알코올 대사와 관련된 장기에 유독하게 작용할 뿐만 아니라 DNA를 손상시켜 암을 유발할 수도 있다.

얼마나 마셔야 위험한지는 음주의 양과 빈도에 따라 달라진다.
하루에 여성은 1잔, 남성은 2잔 이하로 제한하는 것이 암 발생 위험을 낮추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음료 종류와 관계없이 과도한 음주는 모든 암의 위험을 증가시킨다.
칵테일이나 프리미엄 맥주는 알코올 농도가 높아 실제로 섭취하는 알코올 양이 기준치를 초과할 가능성이 있다.

전문가들은 “자신의 음주 습관이 걱정된다면 의료진과 상담해 현재 건강 상태를 점검하고 개선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건강한 삶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음주량을 줄이는 것뿐만 아니라, 음주의 영향을 올바르게 이해하고 이를 통제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뉴스 스크랩을 하면 자유게시판 또는 정치자유게시판에 게시글이 등록됩니다. 스크랩하기 >

0
추천하기 다른의견 0
|
공유버튼
  • 알림 욕설, 상처 줄 수 있는 악플은 삼가주세요.
<html>
에디터
HTML편집
미리보기
짤방 사진  
△ 이전글▽ 다음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