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지법 제12형사부(부장판사 김종혁)는 폭행치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40대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19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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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
0시37분 울산 남구의 한 건물 4층에 있는 주점에서 술을 마신 A씨는 집으로 가기 위해 엘리베이터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주점의 다른 손님인 50대 B씨가 A씨에게 욕설을 하면서 다툼이 생겼고, 두 사람은 밀고 당기는 실랑이를 벌였다.
주점 종업원과 B씨의 일행이 이를 말리고, B씨 일행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건물 1층으로 내려가면서 다툼은 일단락되는 듯 했다.
A씨가 1층에 내려갔을 때 다시 B씨를 맞닥뜨리면서 다툼이 다시 시작됐고, B씨가 넘어지면서 A씨와 함께 계단을 굴렀다.
이 때 B씨의 머리가 바닥에 부딪쳤고, 두개골 골절 등으로 병원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게 됐다.
사건이 있은 지 한 달여 지난 9월11일 오전 5시45분, B씨는 결국 뇌출혈 등으로 사망했다.
수사기관은 A씨가 B씨의 멱살을 붙잡으면서 B씨가 넘어졌고, 이 때문에 다친 B씨가 사망했다고 보고 기소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A씨의 폭행으로 B씨가 사망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해당 건물 1층 엘리베이터 앞엔 다툼 현장을 비추는 폐쇄회로(CC)TV가 없었다.
1층에서 두 사람의 다툼을 본 사람은 B씨의 일행 1명 뿐이었다.
그는 수사기관에서 “엘리베이터를 등지고 계단 쪽 구석에서 휴대전화를 보면서 택시를 부르기 위해 목적지 주소를 입력하던 중, 사고가 일어났다.
등 뒤에서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어서 정확하게 보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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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법 법정 전경. 이보람 기자 |
손을 뿌리쳤는데 B씨가 중심을 잃고 넘어지면서 옷깃을 잡아당겼고, 같이 넘어지게 됐다”고 말했다.
재판부가 B씨가 A씨의 힘 때문에 넘어진 것인지 몸싸움 중 스스로 균형을 잃고 넘어진 것인지 확인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본 이유다.
사건 당시 B씨 역시 상당히 술에 취한 상태인데다 흥분해 있었고, 엘리베이터와 계단까지 거리가 1.98m인 좁은 공간에서 두 사람이 실랑이를 하고 있었던 것도 무죄 판단의 근거가 됐다.
재판부는 “B씨가 넘어지는 장면이 촬영된 CCTV에선 B씨가 등을 바닥 방향으로 향한 상태에서 계단 아래로 떨어졌고, A씨가 뒤이어 B씨 다리로 미끄러져 내려오듯 넘어지는 장면이 확인됐다”면서 “A씨가 B씨 멱살을 붙잡으면서 넘어졌다면 A씨가 B씨 위로 엎드린 자세로 넘어졌을 가능성이 더 높다”고 밝혔다.
울산=이보람 기자 boram@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