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 김재규가 사형된 지 45년만, 유족 측이 재심을 청구한 지 5년 만이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7부(부장판사 이재권)는 이날 내란목적살인 등 혐의로 사형을 선고받은 김재규의 재심을 개시하기로 결정했다.
김재규는 1979년 10월26일 박정희 전 대통령과 차지철 당시 경호실장을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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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6 사건 이후 내란 목적 살인 등 혐의로 법정에 선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 세계일보 자료사진 |
항소심과 상고심이 진행됐으나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1980년 5월24일 김재규에 대한 사형이 집행됐다.
이후 40여년 만인 2020년 5월 김재규 유족 측은 서울고법에 재심을 청구했다.
10·26 사태와 김재규에 대한 역사적 재평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재심 개시 여부를 심리하기 위해 법원은 지난해 세 차례 심문이 열렸다.
김재규의 여동생 김정숙씨는 첫 심문이 열린 법정에서 “신군부의 불법적인 개입으로 재판이 정당하게 이뤄지지 않았다는 새로운 증거가 나와 재심을 신청하기로 마음먹었다”고 밝혔다.
변호인단도 “박 전 대통령을 살해한 행위에 대해 역사적 평가와는 별개로 사법적으로 합당한 이름을 지어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야수의 심정으로 유신의 심장을 쐈다’는 김재규의 최후진술을 인용하며 “자유민주주의 실현을 위한 부득이한 살인이었다는 판단을 받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심문에는 과거 김재규를 변호한 안동일 변호사(84)가 직접 출석했다.
안 변호사는 “당시 재판은 재판이 아니라 ‘개판’이었다”며 “공판조서는 실제 발언과 다르게 혹은 축소돼 작성됐고, 열람이 제한되는 등 실질적으로 변호의 기회를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김재규의 최후진술 음성이 공개되기도 했다.
녹음에는 “더 이상 국민들이 당하는 불행을 보고만 있을 수 없어 모순된 사회 문제를 해결하려 그 원천을 두드린 것”, ”저는 대통령이 되기 위해 혁명하지 않았다” 등의 내용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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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이 박정희 전 대통령 암살 후 체포돼 현장검증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강 변호사는 김재규의 또 다른 변호인으로, 회고록은 강 변호사의 사위가 생전 인터뷰와 자료를 토대로 구성한 것이다.
강 변호사는 10·26 사건과 관련해 “김재규가 박 전 대통령을 살해한 동기 중 특히 기억에 남는 대목은 ‘각하는 갈수록 애국심보다 집권욕이 강해졌다’는 진단이었다”며 “그와 5개월여 일대일 접견을 해본 결과 그가 진정 인권과 자유민주주의라는 대의를 위해 개인적 소의를 희생한 의인이라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민간인 김재규가 일반 법원이 아닌 계엄 군법회의에서 재판받은 점, 정당한 방어권 기회를 박탈당한 점, 신군부에 의한 쪽지 재판 등 그동안 재심 사유가 많이 보강됐다”며 “하루빨리 재심을 통해 ‘내란목적살인’ 죄목 중 ‘내란목적’만큼은 빼는 것이 역사적·사법적 책무이자 김재규의 명예를 최소한이나마 회복시켜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진경 기자 l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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