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월세 시장 불균형 해소 위한 정책적 대응 필요 목소리 커져
전세 공급 확대 방안 함께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 나오고 있어
#1. 서울 강남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김모(39)씨는 최근 전세 재계약을 앞두고 고민이 깊어졌다.
2년 전 5억원에 계약했던 전세 아파트의 가격이 올해 6억원까지 치솟았기 때문. 처음에는 전세대출을 추가로 받아 재계약을 고려했지만, 전세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대출 한도가 부족해졌다.
결국 김씨는 전세 대신 월세로 전환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같은 아파트의 월세는 보증금 1억원에 월 250만원 수준으로, 월세 부담이 만만치 않았다.
그는 “더 저렴한 월세를 찾기 위해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2. 마포구에서 전세를 살던 박모(42)씨는 최근 전세 매물이 줄어들고 가격이 급등하면서 결국 월세로 갈아타기로 결정했다.
박씨는 “처음에는 전세로 계속 살고 싶었지만, 원하는 지역에서 전세 매물을 찾기가 어려웠고 가격도 감당하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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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요동치고 있다.
월세 수요가 증가하면서 전세 물량이 줄어들고, 이는 다시 전세가격을 자극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전·월세 시장의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한 정책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부가 전세대출 규제뿐만 아니라 전세 공급 확대 방안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1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전세가격지수는 2023년 8월부터 꾸준히 상승해 지난해 12월 90.45까지 올랐다.
올해 1월에는 90.42로 소폭 하락했지만, 이는 일시적인 현상으로 상승 추세가 꺾였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지수는 2023년 6월 이후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이며, 지난해 12월 91.08까지 상승한 후 올해 1월에도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KB부동산의 자료를 보면 서울 아파트의 매매가 대비 전세가율도 2023년 10월 이후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지난해 1월 기준 54.06%를 기록했다.
전세가격 상승이 서울 부동산 시장의 양극화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는 분석이다.
정부는 전세대출 보증 비율을 기존 100%에서 90%로 낮추는 등 전세대출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이러한 정책이 전세가 하락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업계에서는 전세대출 규제가 월세 전환을 가속화시키고, 결과적으로 전세 공급 감소로 이어져 가격을 다시 끌어올릴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서울 아파트 임대차 계약에서 전세 비중은 56.0%(3만112건), 월세 비중은 44.0%(2만3657건)로 나타났다.
직전 분기 대비 월세 비중이 3.3%포인트(p) 증가했다.
이는 전세보다 월세를 선택하는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는 방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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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전세에서 월세로 전환하는 수요가 증가할수록 전세 매물이 더욱 줄어들고, 이는 다시 전세가격 상승을 부추기는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월세 수요 증가로 인해 월세 가격도 상승할 가능성이 높아 전·월세 시장에서 양극화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전세에서 월세로 갈아타는 수요가 많아질수록 전세 공급이 감소하게 되고, 이는 전세가격 상승 압력을 더욱 높일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서울 임대차 시장의 불안정성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보증금 마련이 어려워질 경우 수요는 자연스럽게 반전세나 월세로 전환될 수밖에 없다”며 “전세의 월세화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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