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선 의원으로 40년 넘게 의정활동 해
‘연방 사법부 보수화 주역’ 평가 받아
미국 연방의회 상원의원으로 40년 넘게 일해 온 미치 매코널(83) 전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가 2026년 상원의원 선거에 불출마한다고 밝혔다.
고령 등을 이유로 들긴 했으나, 같은 당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불화가 주요 원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
20일(현지시간) 미 언론 등에 따르면 매코널은 이날 상원의원 8선에 도전하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1984년 공화당 소속으로 켄터키주(州)를 대표하는 연방 상원의원에 처음 당선된 그는 이듬해 의정활동을 시작해 현재까지 7선에 성공했다.
인생의 거의 절반을 상원의원으로 산 셈이다.
2007년 1월부터 올해 1월까지 18년 동안은 상원에서 공화당 의원들을 이끄는 원내대표로 활약했는데, 이는 미국 상원 역사상 가장 오래 재임한 정당 지도자 기록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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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치 매코널(83) 전 미국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 1985년부터 40년 넘게 연방 상원의원을 지낸 매코널은 20일(현지시간) 상원에서 “오는 2026년 선거에는 불출마하겠다”고 밝혀 사실상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 로이터연합뉴스 |
민주당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인 2016년 2월 연방대법원의 안토닌 스칼리아 대법관이 갑자기 별세했다.
스칼리아는 공화당 행정부 때 임명된 보수 성향 법조인이었고, 새 대법관 후보자 지명권을 쥔 오바마는 열성적인 진보주의자였다.
스칼리아의 사망 이전 대법원은 보수 5 대 진보 4의 구도였다.
이제 스칼리아의 후임 대법관으로 진보 성향 법조인이 취임하면 진보 5 대 보수 4로 구도가 뒤바뀔 판이었다.
매코널은 공화당 모든 의원들을 규합해 오바마의 새 대법관 임명 저지에 나섰다.
9개월 뒤인 2016년 11월 대선이 예정돼 있다는 점을 들어 “임기가 1년도 안 남은 민주당 대통령의 새 대법관 임명은 불가하다”는 주장을 폈다.
오바마가 당시 수도 워싱턴의 항소법원장이던 메릭 갈런드 판사(훗날 조 바이든 행정부의 법무부 장관 역임)를 대법관 후보자로 지명했으나, 매코널과 공화당 의원들은 임명동의안 표결은커녕 인사청문회 개최조차 막아섰다.
그러는 사이 2016년 11월 대선이 실시됐고 여기서 공화당 후보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되며 갈런드의 대법원 입성은 물거품이 됐다.
훗날 매코널은 “오바마의 진보 대법관 임명 시도를 무산시킨 것은 내 의정활동을 통틀어 가장 중요한 결단이었다”고 회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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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당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왼쪽)과 함께한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 매코널은 2016년 오바마의 진보 성향 연방대법관 임명 시도를 무산시킨 것으로 유명하다. AFP연합뉴스 |
트럼프 1기 행정부 4년간 닐 고서치, 브렛 캐버노, 에이미 코니 배럿 3명의 보수 법조인이 대법관에 임명됐는데 이들이 상원 인준을 받는 과정에서 매코널은 물심양면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이로써 오늘날 대법원은 보수 6 대 진보 3의 보수 절대 우위 구도가 굳어졌다.
이처럼 협조적이었던 매코널과 트럼프의 사이가 틀어진 것은 2021년 1·6 사태 이후부터다.
2020년 11월 대선에서 민주당 조 바이든 후보가 이겼음에도 불구하고 트럼프는 끝내 불복했다.
이듬해 1월6일 트럼프가 지지자들을 선동해 연방의회 의사당에 난입하도록 하자 매코널은 “모든 책임은 트럼프에게 있다”며 비판적 태도를 취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 들어 대통령을 바라보는 매코널의 시선은 더욱 냉담해졌다.
그는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 장관 등 트럼프가 지명한 각료 후보자들에 대한 상원 임명동의안 표결에서 여러 차례 반대표를 던졌다.
이날 상원에서 불출마 발표를 한 매코널은 동료 상원의원들을 향해 “의회와 대통령은 서로 대등하다”며 “대통령이 행정부 권한을 대폭 확장하려고 시도하는 이 시기에 의회 역시 헌법이 부여한 권한을 적극 행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태훈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