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화벌이를 위해 중국 원양어선으로 파견된 북한 노동자들이 심각한 노동 착취를 당하고 있다는 증언이 나왔다.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23일(현지시간) 영국 환경단체 '환경정의재단(EJF)'의 보고서를 인용해 중국의 참치잡이 원양어선에서 일하고 있는 북한 노동자들의 노동 실태를 보도했다.
해당 보고서는 중국 어선에서 북한 노동자들과 함께 일했다고 밝힌 인도네시아·필리핀 선원 19명과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작성됐다.
EJF는 보고서에서 북한 노동자들이 강제 노동에 가까운 가혹한 처우를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증언에 따르면 소말리아·모리셔스·호주 인근에서 작업하는 중국 원양어선은 정기적으로 입항하지만, 북한 선원들은 다른 배에 옮겨타는 방식으로 육지에 발을 딛지 못했다.
항구에서 해당 국가 출입국 관리에게 북한 선원의 승선 사실이 발각되면 중국 어선에 법적인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2022년 12월 모리셔스에서는 중국 어선 선장과 북한 선원 6명이 체포되기도 했다.
앞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는 2017년 북한의 핵 개발을 제재하기 위해 외화벌이 창구 차단 차원에서 각국에 파견된 북한 노동자 송환을 의무화한 상태다.
이런 제약 탓에 북한 선원들은 입항하지 못하는 데다, 휴대전화 소지도 금지돼 몇 년간 가족들과 연락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22년 말부터 지난해 6월까지 북한 선원 6명과 함께 일했다고 밝힌 인도네시아 선원은 "북한 선원 중 1명은 7년간 아내와 단 한 번도 연락하지 못했다고 했다"고 전했다.
8년간 육지를 밟지 못한 북한 선원과 일한 적이 있다는 증언도 나왔다.
대부분의 급여가 북한 정부에 직접 전달됐다는 점도 파악됐다.
인도네시아 선원은 한 달에 약 330달러(약 47만 원)를 받았지만, 북한 선원들의 월급은 바로 북한 정부로 송금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일부 어선은 월급에서 50달러(약 7만원)를 북한 선원에게 떼어주는 것으로 전해졌다.
EJF는 보고서에서 북한 선원이 최대 10년간 원양어선에서 일한다고 밝혔다.
중국 어선에서 일하는 선원 대부분이 여권을 빼앗긴 채 하루에 5∼6시간만 잠을 자면서 일을 하지만, 북한 선원은 그중에서도 경력이 가장 길고 숙련됐다는 증언도 있었다.
노예처럼 일하는 상황에서도 북한 선원들이 서로의 사상을 감시하는 것으로 보인다는 지적도 나왔다.
동영상으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연설을 보기도 하고, 북한 선원들끼리 정자세로 국기를 게양한 채 노래를 부르기도 한다는 것이다.
스티브 트렌트 EJF 대표는 "북한 선원들은 언제 어떻게 일을 할 수 있는지 선택할 자유가 없는 상황"이라며 "강제로 배에 끌려가 갇혀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외교부는 24일 해당 보고서에 관한 질문을 받고 별도로 부인하지 않으며 북한과의 협력이 합법적인 범위 내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린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보고서에 거론된 구체적 상황을 모른다"며 "원칙적으로 중국은 중국 원양어업 활동에 현지 법규와 국제법 관련 규정을 준수하라고 요구한다"고 말했다.
이어 "중조(중북)의 관련 협력에 관해서 언급하고 싶은 것은 중국과 조선(북한)의 관련 협력이 모두 국제법의 틀에 부합하게 진행된다는 점"이라고 덧붙였다.
김현정 기자 kimhj202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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