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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츠 “자정까지 5분 남았다”… 유럽 자체 핵우산 거듭 역설

힘 받는 유럽 내 안보자강론
기자회견서 “美 관심 줄고 일방주의 우려”
유럽 자체 방어능력 구축 필요성 강조
美, 최근 유럽·우크라 배제한 채 종전 협상
독자 안보 부채질… 佛·英과 공감대 형성
英언론 “G20 회의서 공동 국방기금 논의”
자체 보유한 核활용 억지력 강화 구상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미국이 안보에서 일방주의 노선을 강화하면서 유럽 내에서 안보자강론이 힘을 얻고 있다.
프랑스와 영국에 이어 독일의 유력 차기 총리 후보도 연일 ‘안보 독립’을 외치고 나섰다.
공동 국방 기금 조성하고, 자체 핵우산 구축 등 이를 위한 구상도 속속 구체화되고 있다.
유럽 안보 구상 밝히는 메르츠 총선 승리로 독일 차기 총리가 유력한 프리드리히 메르츠 기독민주당 대표(왼쪽)가 24일(현지시간) 베를린 당사에서 카르스텐 린네만 당 사무총장과 함께 기자회견에 나서 유럽 안보, 연립정부 구성 등에 관한 구상을 밝히고 있다.
베를린=신화연합뉴스
24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 등에 따르면 총선에서 승리해 차기 총리 취임이 유력해진 프리드리히 메르츠 기독민주당(CDU) 대표는 이날 베를린 당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유럽은 정말로 자정까지 5분 남았다”며 유럽의 자체 방어 능력 구축을 촉구했다.
그는 “우리가 미국에서 수신하고 있는 모든 신호들은 유럽에 대한 (미국의) 관심이 점점 줄어들고 있음을 가리키고 있다”며 “‘미국 우선주의’를 넘어 ‘미국 일방주의’ 방향으로 가고 있는 세력이 득세한다면 (유럽은) 어려워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메르츠 대표는 미국과 유럽의 안보 관계에 대한 질문에는 “좋은 대서양 관계를 계속 유지하는 게 서로 이익에 부합한다고 미국인들을 설득하겠다”면서도 “최악의 시나리오에도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메르츠 대표는 전날 치러진 독일 총선의 출구조사에서 승리가 유력해진 뒤 현지 방송에 출연해 유럽에 대한 미국의 무관심을 거론하면서 “가능한 한 빨리 유럽을 강화해 단계적으로 미국으로부터의 진정한 독립을 달성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고 밝힌 바 있다.
유력 차기 총리로 전 세계의 주목을 받는 첫 일성에서 ‘안보자강론’을 들고 나온 것이다.

이는 미국이 유럽과 우크라이나를 배제한 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협상에 나서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 덴마크의 영토인 그린란드를 공개적으로 욕심내는 등 안보에서 일방주의적 행보를 강화하고 있는 데 따른 대응으로 보인다.
2024년 5월 28일(현지시간) 독일을 국빈 방문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메제베르크에서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 공동 기자회견 도중 우크라이나 전황 지도를 들어 보이고 있다.
EPA연합뉴스
독일과 함께 유럽 안보의 핵심축을 구성하는 프랑스와 영국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자 유럽 자체의 안보 능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여왔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해 5월 독일을 국빈 방문한 뒤 연설에서 “미국만 바라봐선 안 된다”면서 유럽 공동 방위체제 수립을 주장했다.
지난 11월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승리가 확정된 뒤에는 마크롱 대통령과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가 파리 엘리제궁에서 만나 유럽의 독자적인 안보 강화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독일 역시 올라프 숄츠 총리가 이 같은 흐름에 동참해온 가운데 메르츠 대표가 신임 총리로 취임하게 되면 유럽 독자 안보를 위한 움직임이 한층 더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독자 안보 강화를 위한 방안도 속속 구체화하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번 주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개최되는 주요 20개국(G20) 회의에서 유럽 국가 재무장관들이 모여 공동으로 국방 기금을 조성하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유럽 국가들은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된 직후 협의를 통해 이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이 자체적으로 보유한 ‘핵 우산’을 활용해 핵 억지력을 강화하는 논의도 시작됐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프랑스가 핵 억지력을 독일 등 유럽 동맹국들에 제공할 용의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며 이를 위해 프랑스가 독일에 핵무기를 탑재한 전투기 몇 기를 배치할 수 있다고 익명의 프랑스 정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베를린에서 근무하는 외교관들은 이런 조치가 스타머 총리에게도 프랑스와 마찬가지 조치를 취하도록 하는 압박이 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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