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가 태평양·동남아 지역에 대한 미국의 원조 삭감이 미치는 지정학적 영향을 검토하기로 했다.

26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과 호주 ABC 방송에 따르면 페니 웡 호주 외교부 장관은 최근 미국의 대외 지원 삭감이 확정될 경우 태평양·동남아에서 어떤 취약성이 나타날 수 있는지 살펴보도록 외교부에 지시했다.
ABC 방송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이 지역에서 원조를 줄이면 호주가 대신 원조를 강화할지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웡 장관은 전날 저녁 발표한 외교정책 문서 '2025 스냅샷'을 통해 호주 정부의 주요 전략 및 원칙을 자세히 설명하면서 "국제 안보가 점점 더 취약해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와 관련해 호주와 다른 서방 동맹국은 남태평양에서 중국과 영구적 경쟁 상태에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한 정부 관리가 전했다.
중국은 이달 중순 뉴질랜드 자치령인 남태평양 쿡 제도와 협력 협정을 맺는 등 태평양 섬나라들에 인프라 투자 등을 제공하기로 하면서 태평양에서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이에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정부도 투발루, 나우루, 파푸아뉴기니 등과 협력 협정을 맺는 등 중국의 움직임에 대응하고 있다.
ABC 방송은 "미국의 대외 원조 규모는 세계 최대이나 태평양에서는 호주의 원조 규모가 미국보다 훨씬 크다"며 "일부 태평양 섬나라는 미국이 삭감하는 지원 프로그램과 관련해 호주에 자금 지원을 요청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또 호주 정부는 최근 중국 해군 군함이 호주 인근 해역에서 이례적으로 이틀 동안 실탄 사격 훈련을 벌이는 등 해군력을 과시한 것과 관련해 남중국해 등 분쟁 해역에서 중국에 맞서 '항해의 자유' 훈련에 계속 참여할 것을 확고히 하고 있다고 ABC 방송은 전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달 하순 해외 원조 프로그램 관련 자금 지출 등을 90일간 중단하라는 행정명령을 내린 후 USAID를 사실상 없애는 수준의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다.
미 국무부는 USAID가 외부 단체들과 맺은 다년 계약 6200개 중 5800개를 해지해 예산 540억달러를 절감하고 국무부 보조금 9100개 중 4100개를 없애 44억달러를 아끼기로 결정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이승형 기자 trust@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