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 여파로 한국 민주주의에 대한 해외의 신뢰가 훼손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의 ‘민주주의 지수’와 프리덤하우스의 ‘세계자유지수’ 모두 순위와 점수가 하락했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의 부설 경제분석기관인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이 27일(현지시간) 발표한 ‘민주주의 지수 2024’ 보고서는 한국을 167개 중 32위로 올렸다.
전년보다 열 계단 하락한 순위로 최상위 국가 범주인 ‘완전한 민주주의’에서 탈락해 ‘결함 있는 민주주의’로 분류됐다.
보고서는 “한국은 비상계엄 선포와 후속 정치적 교착상태로 정부 기능과 정치 문화 점수가 하향 조정됐다”면서 계엄 사태가 신뢰 훼손의 원인임을 적시했다.
이어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 선포 시도에 따른 여파는 의회에서, 그리고 국민 사이에서 양극화와 긴장을 고조했고 2025년에도 지속할 것 같다”면서 “한국의 민주주의에 대한 대중 불만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평가 총점에서 한국은 10점 만점에 7.75점으로 2023년의 8.09점보다 내려갔다.
EIU는 2006년부터 167개 국가를 대상으로 5개 영역을 평가해 민주주의 발전 수준 점수를 산출해왔는데 이중 8점이 넘는 국가를 ‘완전한 민주주의’로 평가한다.
이어 6점 초과∼8점 이하는 ‘결함 있는 민주주의’, 4점 초과∼6점 이하는 ‘민주·권위주의 혼합형 체제’, 4점 미만은 ‘권위주의 체제’ 등 4단계로 구분한다.
총점 7.75점은 2006년 이 지수 산출이 시작된 이후 한국이 받은 가장 낮은 점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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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된 2024년 12월 4일 새벽 무장 계엄군이 국회를 나서고 있다. 뉴스1 |
다만, 1년 전보다 2점이 하락했으며 지수 순으로는 66위를 기록했다.
프리덤하우스 역시 한국이 계엄 사태로 신뢰가 일정부분 훼손됐음을 지적했다.
“지난해 윤석열 한국 대통령은 야당이 장악한 의회를 우회하고 자신의 부인과 내각에 대한 조사를 억압하기 위해 계엄령을 선포하면서 한국을 드라마틱한 헌법적 위기에 빠트렸다”면서 “이번 조치는 전 세계 민주주의 국가들이 직면한 큰 위협 중 하나인 선출된 지도자들이 민주적 제도를 공격하는 것을 부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프리덤하우스는 “한국은 입법부, 시민사회, 일반 국민들이 자유를 지키기 위해 힘을 합치면서 계엄령 선포를 신속하게 무효로 했다”면서 시민들의 민주주의 의식에 기반한 향후 대응을 높게 평가하기도 했다.
한편, 북한은 두 지수 모두 최하급 평가를 받았다.
EIU 민주주의 지수에서 북한은 끝에서 3번째인 165위로 작년과 같은 순위를 유지했으며, 평점도 1.08점으로 동일했다.
북한보다 낮은 점수를 받은 국가는 미얀마(0.96점)와 아프가니스탄(0.25점) 등 2개국뿐이었다.
전 세계 평균 점수는 5.17점으로 지난해에 이어 2006년 이후 사상 최저점을 경신했다.
세계자유지수에서 북한은 ‘시민적 자유’ 부문에서 3점, ‘정치적 권리’ 부문에서 0점을 받아 합계 3점을 기록했다.
전체 평가 대상 208개 국가·지역 가운데 북한보다 낮은 점수를 받은 곳은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점령지(-1점), 티베트(0점), 남수단(1점), 투르크메니스탄(1점), 수단(2점), 가자지구(2점) 등 6곳뿐이었다.
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