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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탄핵심판·李 결심공판 보다 무거웠던 80대 노인의 사고 소식 [이번주n]

2월 마지막 주는 법원·검찰·헌법재판소를 출입하는 사회부 법조 기자들에게 가장 바쁜 주였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마지막 변론이 25일 헌재에서 있었고, 이튿날(26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항소심 결심공판이 서울고법에서 이어졌다.
27일에도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보류를 둘러싼 국회의장과 대통령(권한대행)간 권한쟁의심판 헌재 선고로 뜨거웠다.

12·3 비상계엄 선포와 탄핵소추로 조기대선이 가시권에 들어오자 대통령이 되고자 하는 정치인들의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고, 윤 대통령을 파면하는 게 맞는지를 두고 두쪽으로 갈린 이들이 광장에 몰려들어 각자의 목소리를 냈다.
제106주년 삼일절인 1일 서울 도심 곳곳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 찬반 집회가 열렸다.
사진 왼쪽은 종로구 안국동에서 열린 야5당 공동 '윤석열 파면 촉구 범국민대회'. 오른쪽은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열린 '자유통일을 위한 국민대회' 모습. 뉴시스
현직 대통령이 파면될지, 새 대통령이 누가 유력한지, 헌재 결정과 대법원의 시계는 누구에게 더 유리하게 돌아갈지 등을 놓고 갑론을박하는 이번주에, 며칠간 벗어날 수 없을 정도의 고민을 안겨준 건 80대 노인의 사고 소식이다.

이 대표의 최후진술 여부에 관심을 쏟던 26일 오후 4시쯤 ‘경사로서 미끄러진 트럭에 치여 80대 할머니가 숨졌다’는 뉴스가 떴다.
무심코 지나치려던 찰나, 사고가 발생한 곳이 ‘○○동 한 주택가’라는 문구에 시선이 멈췄다.

출가하기 전 어린 시절을 보냈고, 80대인 내 부모가 사는 동네다.

사고가 오전에 발생했고 벌써 8시간여가 지난 걸 알았지만 불안감이 가시지 않았다.
아침에는 동네 산책을 하거나 정부의 노인 일자리를 소일거리 삼아 지내셨기 때문이다.
초판 강판이 임박했지만 바로 전화했다.
서 너번의 전화 벨소리가 그렇게 길 수 없었다.
목소리를 듣고서야 안심했고, 어머니가 사고 소식을 모를 것 같아 전했는데 뜻밖의 얘기가 이어졌다.

사고당한 노인이 어머니와 함께 일하는 분이고, 그날도 집에 먼저 가겠다고 나선 얼마 뒤 사고가 있었다는 것이다.
아마 출가하지 못하고 집에 있는 아들을 챙기기 위해 먼저 나섰다가 변을 당한 것 같다고도 했다.

함께 일하던 비슷한 나이대 노인들이 사고 직후 “어디 아파서 요양원이나 병원에 오래 있다 간 게 아니라서 부럽다”거나 “그래도 쉰 넘은 자식한테 보상금이라도 넘겨주고 가게 돼 다행이다”는 얘기를 나눴다는 게 마음을 더욱 무겁게 했다.
노인들의 언급에 어머니가 동의했는지 묻고 싶었지만 차마 입밖에 내진 못했다.

부모가 있지만 당사자가 되지 않고선 그 나이대의 삶이 얼마나 팍팍한지 알 수 없을 것이다.
당장 2차 베이비부머 세대로 부족한 노후 준비를 고민하는 입장에서 부모 세대의 팍팍한 요즘 일상을 남일처럼 여겼다는 게 미안한 한주다.

사고를 당한 노인이 정부 차량에 희생됐지만 근로시간이 끝나기 전에 집으로 나선 것을 문제삼아 장례비만 주려고 한다는 노인들의 얘기는 사실이 아니길 바란다.
정재영 기자 sisley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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