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를 위한 평의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재판관들은 지난달 25일 변론 종결 이후 3·1절이 포함된 지난 연휴 기간 각자 기록을 검토하면서 쟁점 사항을 정리했고, 4일 평의를 재개해 의견을 교환할 계획이다.
헌재는 오는 17일까지 특별한 일정을 잡지 않았다.
그런만큼 윤 대통령 탄핵 관련 평의를 집중적으로 열어 재판관 의견을 모을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는 과거 노무현·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의 사례에 비춰 최종 선고는 3월 중순, 그 가운데서도 14일이 될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선고 기일은 선고 2~3일 전에 발표됐다.
그렇다면 재판관들은 어떤 쟁점에 집중해 평의를 하고 결론을 내릴까. 앞선 11차례 변론에서 증인 16명을 신문할 때 재판관들이 던진 질문들에서 해답의 일부를 엿볼 수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재판관들은 비상계엄 선포의 위헌·위법성, 계엄포고령 1호, 국회 활동 방해, 정치인 등 체포,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병력 투입 등 5개 핵심 쟁점을 재구성하는 데 집중했다.
김형두 재판관이 13명의 증인에게 가장 많은 질문을 했고, 주심인 정형식 재판관과 문형배 소장 권한대행이 각각 8명과 3명의 증인에게 질문을 던졌다.

① "질서유지 목적이면 왜 유리창 깨고 진입했나"
재판관들은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후 군과 경찰을 국회에 투입한 목적이 뭔지를 집중적으로 물었다.
군이 물리력으로 국회를 봉쇄해 국회 의사진행을 막으려 했다면 위헌에 해당할 수 있어서다.
헌법 77조에는 입법부 활동을 제한하는 내용이 없다.
정형식 재판관은 4차 변론에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게 "질서유지 목적이면 왜 군 병력이 국회 본청 유리창을 깨고 진입했나. 군이 들어갔으니 충돌이 생긴 것 아닌가"라고 물었다.
김형두 재판관은 김 전 장관 증인신문에서 "당시 국회의장도 담을 넘어 들어갔다.
국회 봉쇄가 목표가 아니었나 하는 정황들이 많이 보인다"고 했다.
② "끌어내라"의 대상은
재판관들은 ‘국회의원을 끌어내라’는 지시가 있었는지도 물었다.
정 재판관은 6차 변론에서 곽종근 전 사령관에게 "증인의 진술이 조금 달라진다"며 "사람이라고 했다가 의원이라고 했다가 이런 게 혼재돼 있다"고 따져 물었다.
윤 대통령 지시 대상이 의원인지 인원인지 또는 요원인지 ‘목적어 공방’이 벌어지자 사실관계 확인에 나선 것이다.
또 8차 변론에서 정 재판관은 조성현 수도방위사령부 1경비단장에게 "이진우 전 사령관의 정확한 워딩이 ‘본청 안으로 들어가 국회의원을 끌어내라’였나"고 질문했다.
조 단장은 "그렇다.
‘내부로 들어가 의원들을 끌어내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답했다.
③ 국무회의 적법성 여부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하려면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야 하는데, 재판관들은 이 절차가 지켜졌는지도 확인했다.
김 재판관은 7차 변론에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다른) 참석자들은 ‘내가 지금 국무회의를 하고 있구나’ 생각을 못 했던 것 같은데 증인은 국무회의라고 생각했나"고 물었다.
또 "개회선언, 안건 설명, 폐회 선언이 없었다는데, 이 말이 맞느냐"고 확인하기도 했다.
김 재판관은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국무회의에 대한) 증인의 개인적인 생각을 얘기해달라는 것"이라고 요구, "명확히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통상적 국무회의가 아니라는 것과 형식적·실체적 흠결이 있었다고 생각한다"는 답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정 재판관은 김용현 전 장관에게 "비상계엄 선포문에 장관들이나 증인이 부서를 했느냐"고 물었다.
‘대통령의 국법상 행위는 문서로 하며, 국무총리와 관계 국무위원이 부서(서명)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헌법 82조를 준수했는지는 확인한 것으로 보인다.
④ 이른바 ‘체포명단’의 실체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 메모와 관련된 내용도 깊이 있게 다뤄졌다.
홍 전 차장은 "윤 대통령이 ‘싹 다 잡아들여라’라고 지시했고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체포 명단을 불러줬다"고 증언했다.
5차 변론에서 정 재판관은 홍 전 차장에게 체포조 메모에 ‘검거 요청’이라고 쓴 부분을 집요하게 물었다.
여 전 사령관이 검거 지원을 요청했다면 ‘검거 요청’이 아니라 ‘검거 지원’이라고 적어야 했다는 취지의 질문이었다.
김 재판관은 10차 변론에서 "(윤 대통령이) 국정원장을 제치고 홍 전 차장에게 전화했다는 게 약간 이상하다.
통화 내용 자체도 굉장히 단도직입적"이라며 의문을 제기했다.
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
곽민재 기자 mjkwa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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