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A씨는 이삿짐을 옮기기 위해 포장이사 서비스를 이용했다가 황당했던 경험이 있다.
당초 계약할 때 받은 견적서에는 5t 트럭 포장 이사에 대형 사다리차 포함 150만원이라고 돼 있었지만, 막상 이사를 할 때 업체는 45만원을 더 달라고 요구했다.
업체측은 계약사와 달리 소형 사다리차를 가져왔다.
그러더니 짐판이 더 커서 양쪽에서 작업이 가능한 대형 사다리차를 쓰려면 20만원을 더 내야 한다고 했고, 5t 트럭 갖고는 짐을 다 옮겨 실을 수 없다며 1t 트럭 추가비용 25만원을 더 달라고 했다.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업체 요구를 들어주며 겨우 이사를 마쳤나 싶었는데, 이삿짐 센터가 떠난 뒤 살펴보니 식기가 화장실에 쌓여 있는 등 엉망이었다.
A씨는 해당 업체에 항의하기 위해 연락했지만 허사였다.

B씨도 지난해 8월 포장이사를 맡겼다가 냉장고, 오븐, 식탁 등이 이사 과정에서 파손되면서 낭패를 봤다.
작업자들의 과실이 분명했지만 이사업체 직원은 모르는 일인 듯 잡아뗐다.
파손 제품의 수리 견적은 100만원이 넘었다.
업체 본사 상담원에게 전화로 항의했더니 "대리점에 연락하겠다"고 하고는 연락이 끊겼다.
이삿짐 훼손, 계약 불이행 등 포장이사 서비스와 관련한 소비자 피해가 늘고 있다.
5일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포장이사 서비스 피해구제 신청 건은 2022년 434건이던 것이 2023년 519건, 지난해 680건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피해구제란 소비자가 사업자의 물품이나 서비스를 이용할 때 피해가 발생하면 사실조사·전문가 자문 등을 거쳐 양 당사자의 합의를 권고하는 제도다.
피해구제 청구 사유로는 계약불이행이 2022년 40.8%(177건), 2023년 43.2%(224건), 지난해 49.3%(335건)로 가장 많았다.
이어 품질·AS 불만이 같은 기간 47.5%(206건), 41.0%(213건), 35.3%(240건)로 뒤를 이었다.

소비자들의 피해가 계속해서 발생하는 것은 포장이사 업체 대부분이 소규모 사업자로 구성된 탓이 크다.
2023년 기준 포장이사 시장에서 연매출액 3억원 이하를 기록한 업체가 전체의 85.5% 수준이었다.
소비자원은 지난해 8월 실태조사를 통해 소규모 업체가 몰린 상황에서 가격과 서비스 품질이 표준화되지 않고 사업체 자체 보상 기준이 미흡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피해 구제를 위해 마련된 보상 기준도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소비자원의 이사 관련 소비자분쟁해결 기준은 이삿짐 훼손이나 사업자 귀책으로 인한 계약 해지시 사업자 배상 등을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현실에선 보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소비자가 상담센터에 전화로 피해 상황을 알리더라도 작은 업체가 많은 업계 특성상 얼마간 영업을 안하면 그만이다"라며 "그렇다고 소규모 업체를 일일이 규제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피해를 예방하려면 악덕 업주를 공개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 교수는 "소비자들이 2년이나 4년에 한 번 정도 이사하는 상황에서는 포장이사 업체에 대한 정보가 부족할 수밖에 없다"며 "소비자들이 이사할 때 찾을 수 있는 카페나 이사 플랫폼 등에서 반복적으로 피해를 일으키고, 보상하지 않은 업체 이름을 공개한다면 실효성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박승욱 기자 ty161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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