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 교사로 일했던 유진씨
폴리텍대 전기 전공 ‘제2인생’
다은·우현씨 ‘하이테크 과정’
플랜트설계·엔지니어 자리잡아
국가장학금, 금전 부담 해소도
“실업청년 지원 맞춤교육 확대를”
“시도하지 않으면 더 발전할 수 없겠구나 하는 마음이었어요.”
2022년 초까지 3개월여 ‘쉬었음 청년’으로 지낸 정유진(28)씨는 한국폴리텍대학 성남캠퍼스 전기과로 재입학하기로 결심한 데 대해 “머뭇거리다간 더 늦겠단 생각이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정씨는 원래 대학에서 유아교육과를 나와 3년간 유치원 교사로 일하다 관뒀다.
그는 당시 ‘내가 원하는 일자리’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면서 쉬었음 청년이 됐다.
정씨는 이 기간에 대해 “일을 그만두고 아무 계획없이 지냈다”며 “하루종일 잠도 자고 때때로 여행도 다녔다”고 전했다.
![]() |
유다은씨 “시도하지 않으면 더이상 발전 없어” |
2년간 전기 전공으로 새로 대학을 다닌 결과다.
정씨가 전공인 유아교육과 완전히 동떨어진 전기 전공을 공부하기로 마음먹은 건 “미래지향적인 분야”라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다시 대학에 갈 수 있었던 건 결국 금전적 지원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벌이 없이 대학을 두 번 간다는 데 대해 가족도, 저도 걱정이 있었는데 당시 국가장학금 지원액도 많이 올라 등록금 없이 다닐 수 있었다”고 전했다.
쉬었음이란 ‘늪’에 빠졌었거나 그 근처를 오래 맴돈 적 있는 청년들은 정씨와 비슷한 경험을 했다.
이들은 그간 대학에서 공부한 것들로는 취업 문이 좁아 일자리를 얻지 못하거나, 일자리를 얻었지만 만족하지 못해 그만두고 구직 활동 없이 쉬거나 사실상 실업자에 가까운 상태로 지낸 적 있었다.
‘반전의 기회’는 일자리 재교육에서 비롯했다.
가파르게 늘어나는 쉬었음 청년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고용시장 수요에 맞춘 청년 재교육 지원의 확대가 절실한 셈이다.
![]() |
정유진씨 “전기 기능사 자격증 취업에 가장 큰 도움” |
청년층(15∼29세) 무급가족종사자 수는 지난해 1∼5월 기준 월평균 3만3000여명 수준인데, 사실상 실업자에 가깝다.
유씨는 3개월 정도 네일아트 일을 하다가 관두고 무급가족종사자가 된 경우다.
유씨가 구직에 나선 건 가족이 가게를 접은 게 직접적인 계기가 됐지만, 한국폴리텍대학 구미캠퍼스에서 1년간 운영되는 하이테크 과정을 밟으면서 실제 취업 전선에 뛰어들었다.
그는 “여기서 전기기능사, 승강기기능사 자격증을 땄고 이게 취업에 큰 도움이 됐다”고 했다.
유씨는 현재 플랜트·원자력발전 관련 기업에서 설계 일을 하고 있다.
![]() |
강우현씨 “석사 과정 후 과감한 선택 갖기 어려운 이력까지 확보” |
그는 2023년 식물자원학 석사과정을 마쳤지만 눈높이에 맞는 일자리를 찾지 못하다 하이테크 과정에서 인공지능(AI)를 공부했다.
강씨는 “학부 졸업 후 석사과정을 밟은 건 구직을 위해서였다”며 “석사과정 중 2년 넘게 일자리를 구했지만 이 분야에는 양질의 일자리가 적어 취업하지 못했다”고 했다.
강씨는 원하는 일자리를 갖는 데 가장 큰 도움이 된 건 공모전 입상 경력이라고 했다.
그는 “스마트워치 앱을 공모전에 출품했는데, 거기서 제가 하드웨어 부분을 담당했다”며 “이전까지는 갖기 어려웠던 이 이력이 지금 직장에 오게 된 데 유효했다”고 말했다.
김승환 기자 hwan@segye.com
<본 콘텐츠의 저작권 및 법적 책임은 세계일보(www.segye.com)에 있으며, 뽐뿌는 제휴를 통해 제공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