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롱 "유럽과 佛 핵 억지력 확대 전략적 대화 시작"아시아경제 기사제공: 2025-03-06 06:10:35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러시아의 위협에 맞서 유럽 대륙을 보호하기 위해 프랑스의 핵 억지력을 사용하는 방안을 유럽 동맹국들과 협의할 것이라고 5일(현지시간) 밝혔다.

이날 AP통신과 영국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마크롱 대통령은 여러 텔레비전 채널을 통해 중계된 대국민 연설에서 "유럽의 동맹국 보호를 위한 핵 억지력에 대해 전략적 대화를 시작하기로 결정했다"며 "우크라이나와 프랑스, 유럽인의 안전을 위해 지체 없이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프랑스의 핵무기 사용은 오직 프랑스 대통령의 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프랑스는 영국과 더불어 유럽 대륙에서 유일하게 핵을 보유한 국가다.
앞서 차기 독일 총리 후보로 유력한 프리드리히 메르츠 기독민주당(CDU) 대표는 미국의 핵 보호 없이도 유럽이 스스로를 방어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며 영국, 프랑스와 핵을 공유하거나 최소한 이들의 핵 방위가 다른 유럽 국가에도 적용될지 논의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미국이 우리 편에 있을 것이라고 믿고 싶다"면서도 "그렇지 않을 경우에 대비해야 한다"며 국방력 증대 필요성을 언급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지속되는 가운데 미국의 지원 중단을 언급하며 "이 위험한 세상에 구경꾼으로 남아있는 것은 미친 짓"이라고 말했다.

유럽연합(EU) 정상들은 6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는 긴급정상회의에서 핵 억지력 문제를 비롯해 우크라이나와 유럽 방위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와 관련해 회의에서 결정적인 조처를 할 것이라며 "회원국들은 재정 적자 계산에 포함되지 않고도 군사비를 늘릴 수 있게 되고, 유럽 땅에서 유럽산 무기를 구매하고 생산하기 위해 대규모 공동 자금이 결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마크롱 대통령은 프랑스가 "새로운 예산 선택과 필수적인 추가 투자를 해야 할 것"이라면서도 "세금을 인상하지는 않겠다"고 약속했다.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에 대해서는 "우크라이나가 항복할 수는 없고, 너무 취약한 휴전 협정이 이뤄져서도 안 된다"며 지속 가능한 평화 협정 체결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 프랑스와 유럽이 우크라이나의 평화 협상을 도와야 하며, 평화를 위해 우크라이나를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일단 평화 협정이 체결되면 우크라이나가 다시 러시아의 침략을 받지 않도록 준비해야 한다"며 그 방안으로 "유럽 연합군의 배치도 포함될 수 있다"고 평화유지군 구상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평화가 완전히 존중되도록 보장하기 위해 그곳에 있을 것"이라며 "다음 주부터 우리는 이 문제에 대한 책임을 맡고자 하는 국가의 참모총장들과 파리에서 만날 것"이라고 말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對)EU 관세 부과 계획도 언급했다.
유럽의 자강을 위해 "경제적 수준에서도 노력해야 한다"며 "미국이 캐나다와 멕시코에 한 것처럼 유럽 상품에 관세를 부과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관세 결정에 대해 "미국 경제와 우리 경제 모두에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하며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연설 후 EU 회원국 중 대표적 친러 성향의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와 회담에 들어갔다.
다음날 열리는 EU 긴급정상회의에 앞서 오르반 총리를 설득하기 위해 이날 회동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