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정책금리를 공격적으로 인하 중인 유럽중앙은행(ECB)이 6일 통화정책위원회를 열 예정인 가운데 시장은 이번 회의에서 ECB가 ‘제약적(restrictive)’이라고 표현한 기존 입장을 고수할지, 이를 수정할지 주목하고 있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정책과 유럽 방위비 지출 확대 등이 물가와 경제에 미칠 영향을 예단하기 어려워 금리 정책을 둘러싼 ECB 셈법도 복잡해지고 있다.

시장은 ECB가 6일 통화정책위원회에서 정책금리를 0.25%포인트 내릴 것으로 예측한다고 CNBC가 전했다.
예측대로 된다면 올 들어 두 번째 금리 인하다.
ECB는 지난달 올해 첫 통화정책위원회를 열고 예금금리를 연 3%에서 2.75%로, 기준금리는 연 3.15%에서 2.9%로 내린 바 있다.
한계대출금리도 연 3.4%에서 3.15%로 낮췄다.
ECB는 이들 세 가지 정책금리 가운데 예금금리를 중심으로 통화정책을 짠다.
시장은 ECB가 연내 예금금리 수준을 연 2.0% 수준으로 인하할 것으로 예상했다.
독일, 프랑스 등 유럽연합(EU) 주요 국가들의 경제 상황이 좋지 않아서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는 기준금리 동결 기조로 돌아섰지만, 유럽이 기존 인하 방침을 밀어붙이고 있는 이유다.
시장에선 이번 회의 이후 금리 정책을 둘러싸고 ECB 내 견해차가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관세’와 ‘방위비 지출’이란 변수 때문이다.
실제 ECB 내에서는 미국의 관세정책 등에 따른 인플레이션 재점화 가능성 등을 고려해 앞으로는 금리인하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관세가 올라가면 무역침체→경제활동 둔화로 이어지고, 이것이 유로화 가치를 낮춰 수입물가가 인상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수입물가 상승은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수 있다.
방위비 지출 확대도 섣불리 금리 인하에 나설 수 없게 만드는 요인이다.
유럽연합(EU) 회원국은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협상 과정에서 미국과의 관계가 소원해지면서 안보 강화를 위해 4년 동안 6500억유로(998조원) 상당의 국방비를 추가로 지출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시중에 유동성이 늘어나면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여지가 있다.
게다가 독일 차기 정부는 경제 부양 목적으로 대규모 재정 지출을 감행한다고 밝힌 상태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글로벌 리서치 본부의 분석가들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이번 주 ECB 회의 이후 정책 입안자들 사이에 내부 갈등이 심화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의견 불일치가 커지면서 이번이 마지막으로 ‘쉬운’ 금리 인하가 될 것"이라고 했다.
매쿼리의 티에리 위즈먼 글로벌 외환 금리 전략가도 "유럽 재무장과 관련한 광범위한 움직임은 재정 확장을 의미해 ECB가 향후 정책 금리 인하 범위를 재고하게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시장의 관심은 이번 회의에서 이러한 요소를 두루 반영해 ECB가 제한적이란 기존 입장을 고수할지에 쏠려 있다.
또한 4월 회의에서 금리 동결 가능성을 언급할지도 관심사다.
시티그룹의 분석가들은 "지정학적 변화는 결국 팽창적 재정 정책을 낳을 수 있지만, 단기적으로는 통화 완화에 대한 주장에 힘을 실어줄 가능성이 크다"고 짚었다.
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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