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부과로 수입 비료값 오르면
‘공화당 텃밭’ 농촌 지역 직격탄
당장 멕시코 옥수수 수출도 막혀
설탕·과일 등 식료품값 인상 조짐
경제 둔화 우려에 유가는 급락
1기 관료들 “무엇 위한 관세인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한 25% 관세를 부과한 다음날 자동차 분야의 관세를 1개월간 면제키로 한 것은 미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은 데다 내외부 반발이 만만치 않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자동차 분야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도 이 같은 요구가 빗발치고 있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일관되지 않은 관세정책이 이어질 경우 시장의 혼란도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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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 “시청자 76%가 트럼프 연설 지지” 캐럴라인 레빗 미국 백악관 대변인이 5일(현지시간) 언론 브리핑에서 전날 트럼프 대통령의 상·하원 의회 합동 연설을 시청한 사람 중 76%가 연설 내용을 지지했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들어보이고 있다. 미국 시청률 조사업체 닐슨 집계에 따르면 연설을 3660만명이 시청했고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의 첫 의회 연설보다 36% 많았다. 트럼프 1기 집권 시 첫 의회 연설의 시청자는 4770만명이었다. 워싱턴=AP연합뉴스 |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조치와 관련해 “하루 전에 발표된 25% 관세가 (미국) 주식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고 업계의 강력한 반대에 직면하면서 나온 결정”이라고 꼬집었다.
자동차업체들은 관세 조치에 대해 지속적으로 반발하고 로비를 벌여왔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 자동차업체들은 지난주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과 접촉해 유예기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전달했다.
다른 업계들도 잇달아 유사한 조치를 요구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J D 밴스 부통령은 이날 “여러 업계에서 관세 부과 면제 대상에 포함해 달라고 요청해 오고 있다”고 밝혔다.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추가적인 면제(요구)에 대해 들을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했다.
농업 부문이 다음 예외 인정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수입 비료 등에 관세가 부과되면 미국 농업의 경쟁력이 급격히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공화당이 우세한 농촌 지역을 중심으로 나오기 때문이다.
미국은 칼륨 비료 수요의 약 90%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며, 그중 약 85%를 캐나다에서 수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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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 시간) 미 의회에서 상·하원 합동 연설을 하고 있다. 워싱턴=AP연합뉴스 |
컨설팅회사 인터내셔널애그리비즈니스그룹 팻 부바 이사는 블룸버그에 “멕시코가 수입 관세를 부과하면 미국산 옥수수의 운임 우위가 떨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멕시코가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으로 무관세로 들여오던 미국산 농작물보다 브라질 등 주변 다른 국가의 농작물을 수입할 가능성이 큰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공언한 대로 다음달부터 수입 농산물에 관세가 부과되면 농업 종사자들뿐만 아니라 일반 소비자들에게도 영향이 미칠 전망이다.
특히 식탁 물가가 급격히 치솟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 설탕 시장에서 가장 큰 비중을 갖고 있는 멕시코산 설탕 가격이 크게 오르고, 멕시코에 공장을 둔 미국 회사의 식료품 가격도 오르게 될 가능성이 크다.
멕시코에서 수입되는 과일 가격도 크게 오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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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 시간) 의회에서 상·하원 합동 연설을 하고 있다. 워싱턴=AP연합뉴스 |
트럼프발 무역전쟁이 경제활동을 둔화시키고 원유 수요를 줄일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하면서 국제유가는 이날 3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국제유가 대표 지표인 브렌트유는 이날 3% 가까이 급락해 배럴당 68.33달러를 기록했다.
2021년 12월 이후 최저치다.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첫 재무부 장관을 지낸 스티븐 므누신은 이날 뉴욕에서 열린 블룸버그 인베스트 포럼에서 “지금 문제는 확실성이 없다는 것”이라며 관세정책의 비일관성을 지적했다.
1기 행정부에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을 역임한 게리 콘 IBM 부회장도 전날 같은 포럼에서 “우리가 파악해야 할 것은 관세의 목적이 무엇인가 하는 점”이라며 “우리가 무엇을 달성하려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워싱턴=홍주형 특파원 jh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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