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로수 형체 없고 건물파편 널려
700m 떨어진 노인요양시설도 피해
“‘쾅’ 하는 소리가 나더니 집 유리창이 다 깨졌어요. 전쟁 난 줄 알았다니까요.”
6일 오전 경기 포천 이동면 노곡리 마을은 상공을 지나던 전투기 소음과 함께 떨어진 포탄으로 일순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비행 훈련 중이던 공군 전투기가 비정상적으로 투하한 8발의 포탄이 마을로 향하면서다.
폭발음과 함께 지축을 뒤흔드는 충격이 가해지며 인근 주택과 성당의 지붕이 내려앉았다.
건물의 유리창은 산산조각나며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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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통합화력 실사격 훈련이 실시된 6일 경기 포천시 이동면 노곡리의 한 민가에 공군 공대지 폭탄이 떨어져 유리창이 깨져 있다. 뉴스1 |
중상 2명, 경상 13명으로, 이 중 10명은 병원으로 이송됐다.
중상자 2명은 민간인 남성으로, 의정부성모병원과 국군수도병원으로 각각 긴급 이송됐다.
이들은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상자 중에는 군 성당에 있던 군인 2명과 외국인 2명이 포함됐다.
취재진이 찾은 피해 민가는 폭탄의 위력을 실감케 했다.
폭탄이 떨어진 지점 주변에 있던 차량과 가로수는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부서졌다.
현장에는 파편이 널려 있었고, 군데군데 타다 남은 검은 흔적도 눈에 띄었다.
주민들은 떨리는 목소리로 “전쟁이 난 줄 알았다”며 당시 상황을 전했다.
마을 주민 채모(90)씨의 집은 떨어진 포탄의 영향권에 들면서 지붕이 내려앉고 유리창이 산산이 조각났다.
다행히 큰 부상을 입지 않았다는 그는 “큰 폭발음과 함께 현관 쪽 지붕이 무너지고 유리창이 터져 집 안으로 파편이 쏟아졌다”며 “놀란 건 두말할 것도 없고 전쟁이 난 줄 알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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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경기 포천시 이동면 노곡리 한 마을에 공군 전투기에서 떨어진 폭탄이 터지면서 검은 연기가 솟아오르고 있다. 독자 제공 |
포탄의 충격은 사고 현장에서 약 700m 떨어진 노인주간보호센터에도 전해질 정도였다.
이 건물이 파손되면서 내부에 있던 노인 2명의 등에 파편이 박히는 등 부상을 입었다.
인근에서 상점을 운영하는 박모(78)씨는 “집이 무너지는 것처럼 큰소리가 났다”며 “알고 보니 우리 집 근처에 폭탄이 떨어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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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오전 10시 5분쯤 경기 포천시 이동면 노곡리 민가에 군이 발사한 폭탄이 민가에 추락해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뉴스1 |
경찰, 군, 포천시 등 관계 당국은 사고 현장에 주민 대피령을 내리고 전면 통제했으며, 폴리스라인을 설치해 일반인의 접근을 차단했다.
주민들은 군의 안일한 사고에 즉각 반발했다.
강택일 포천시 사격장 등 군 관련 범시민대책위원장은 “명확한 책임을 지고, 피해 본 민간인에 대한 지원과 보상을 즉각 시작해야 한다.
향후 훈련 절차, 장비점검, 안전관리 등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포천=장한서·윤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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