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예정 한·미연합 FS훈련 앞두고
KF-16 2대 실사격 훈련 중 발생
훈련장 8㎞ 떨어진 민가에 떨어져
“투하 지점에 폭탄없어 그때부터 확인”
공군 늑장 발표엔 “사고 파악 하느라…”
비상계엄 이어 악재… 軍 불신 눈덩이
한·미 연합 자유의 방패(FS·프리덤 실드) 연습 돌입을 앞둔 6일 군 당국에 대형 악재가 터졌다.
경기 포천시 승진과학화훈련장에서 이날 공군, 육군과 주한미군이 참여한 한·미 연합·합동 통합화력 실사격 훈련에 참가한 공군 KF-16 전투기가 MK-82 폭탄을 잘못 투하해 다수의 인적·물적 피해가 발생했다.
사고 원인으로 조종사의 실수가 지목되면서 12·3 비상계엄 사태 여파로 흔들리던 군심(軍心)을 다잡고 대외적 이미지와 국민의 신뢰도를 회복하고자 훈련 강화를 외치던 군 당국은 곤혹스러운 처지에 몰렸다.
사고의 정확한 원인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군의 구조적 결함 등이 발견될 경우 사고 여파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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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참한 현장 6일 경기 포천시 이동면 노곡리 한 마을의 주택에 공군 전투기에서 폭탄이 떨어지면서 기와지붕이 내려앉고 유리창이 깨지는 피해를 입어 전쟁터를 방불케 하고 있다. 포천=뉴스1 |
이날 오폭 사고는 KF-16 2대가 일반폭탄인 MK-82 각각 4발을 사격장에 투하하는 훈련 도중 발생했다.
오폭 사고가 처음 알려졌을 당시부터 군 안팎에선 조종사 등의 인적 과실 가능성이 제기됐다.
한 예비역 공군 장성은 “폭탄이 (잘못) 떨어졌는데 사망자가 없는 게 천만다행”이라며 “다수의 폭탄이 한꺼번에 그런 식으로 떨어지는 것을 기계적 결함으로 보기는 어렵다”면서 인적 문제에 무게를 뒀다.
공군도 조종사가 지상의 좌표를 입력하는 과정에서 실수한 것을 원인으로 보고 있다.
KF-16 2대가 실사격 훈련을 하는 과정에서 1번기가 좌표입력을 잘못했다는 것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이날 언론브리핑에서 “1번기가 좌표를 잘못 입력했다”며 2번기도 오폭한 원인에 대해선 공군이 더 확인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공군 관계자는 “조종사가 비행 준비 과정에서 잘못된 좌표를 입력한 것으로 조종사 진술 등을 토대로 확인했다”며 “실사격 훈련을 할 때는 좌표를 입력하고 육안으로 식별하는 과정도 있다”고 밝혔다.
합동참모본부 관계자도 “지상에서든 공중에서든 좌표를 확인하는 절차가 있다.
이런 과정에서 실수가 있었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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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K-8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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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전투기에 탑승해 해당 기기를 전투기에 장착하면 좌표가 전투기에 설정된다.
조종사는 이때 입력한 좌표의 정확도를 확인하고, 공중에서도 재확인해야 하며, 투하 후에도 육안으로 식별해야 한다.
좌표 확인 과정은 모두 조종사가 단독으로 진행한다.
조종사가 좌표입력 등에서 실수를 해도 이를 바로잡기가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좌표입력에 문제가 생기면서 폭탄은 원래 표적지인 훈련장에서 약 8㎞ 떨어진 민가로 떨어졌고, 비행경로도 벗어났다.
공군 관계자는 “항공기가 임무 현장에 폭탄을 투하해야 하는데 투하하지 않아서 그때부터 폭탄을 찾기 시작했다.
항공기 관제도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고에서 군 당국의 공지도 늦었다.
폭탄은 오후 10시4분쯤 투하됐고, 사고 소식이 계속 전해졌으나 공군은 약 100분이 지나서야 KF-16에 의한 오폭이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공지했다.
공군 관계자는 “뭔가 이상하다는 사실은 바로 알 수 있었으나 확인이 필요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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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도 군 훈련 도중 오폭·오발 사고가 잊을 만하면 벌어졌다.
다만 이번 사고처럼 인명피해까지 발생한 경우는 드물었다.
2004년 공군 F-5B 전투기가 충남 보령 옹천역 주차장에 연습용 폭탄을 오폭하는 사고가 발생했지만, 차량 등만 파손되고 인명피해는 없었다.
같은 해 경기 포천에선 육군 대전차화기 PZF-III에서 110㎜ 철갑파괴용 탄이 발사돼 병사 2명이 사망하고 12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2010년에는 경기 파주 문산 인근 육군 부대가 견인포 1발을 비무장지대(DMZ) 야산으로 잘못 발사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2015년엔 경기 포천의 미군 훈련장인 영평사격장에서 발사된 105㎜ 대전차 포탄이 민가 지붕으로 떨어졌다.
인명피해는 없었고, 미8군 사령관이 책임지고 사과를 했다.
2020년에는 경기 양평 육군 양평종합훈련장 사격훈련 도중 대전차 유도무기 현궁 1발이 논에 떨어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2022년에는 탄도미사일인 ‘현무-2’ 지대지미사일 사격 훈련 중 발사 직후 인근 기지 안으로 떨어지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박수찬·김병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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