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연례 최대 정치행사 양회(兩會)에 참석한 유명 각본가가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논란이 된 글로벌 명품 브랜드 '펜디'의 한국 매듭 핸드백을 두고 중국 문화에서 유래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구파신문(九派新聞) 등 현지 매체는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위원 자격으로 양회에 참석한 중국 각본가 장성난은 전날 자국 취재진을 만나 이 같이 주장했다고 6일 보도했다.

장성난은 "한국의 학생이 중국에 와서 중국 매듭을 배운 뒤 돌아갔고, 한 할머니를 찾아 그들(할머니의 집)에게서 전수된 것이라고 했다는 자료도 찾았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시장과 문명 해석권을 포기한 것일지도 모른다"고 덧붙였다.
이번 주장은 펜디가 지난해 말 서울시 무형문화재 13호 김은영 매듭 장인의 손이 보태진 핸드백을 공개한 것을 두고 최근 중국 네티즌들이 중국의 문화 요소를 '도용'했다며 비난한 가운데 나왔다.
이화여대에서 생활미술을 전공한 김은영 장인은 중요무형문화재 제22호인 김희진 선생에게 사사하며 1966년부터 전통매듭을 만들어왔다.
일부 중국인은 핸드백을 출시한 펜디 측에 직접 항의했다.
지난달 말에는 '#FendiChineseKnot#'이라는 해시태그가 웨이보(중국판 엑스) 인기 검색어 1위에 올랐다.

국수주의 성향의 관영매체는 "중국 매듭은 당나라와 송나라의 민속 예술로 시작해 명나라와 청나라 때 인기를 얻은 장식용 수공예품"이라고 주장하며 옹호에 나섰다.
펜디 측은 중국 네티즌 항의 속에 인스타그램에서 관련 홍보 콘텐츠를 삭제했다.
장성난의 이번 언급은 김은영 장인이 중국에서 매듭을 배웠으면서 한국의 전통 매듭을 전수받은 것처럼 이야기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장성난은 아울러 이번 양회에 "양질의 역사극을 지원해야 한다는 제안을 갖고 왔다"고 밝혔다.
그는 "역사 소재는 중화문화를 전파하는 중요한 매개체지만 현재 사극 창작과 전파는 준엄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며 "해외 시장의 수요는 왕성하지만 진정으로 중화문명의 정수를 담고 공동의 문화 기억을 전달하는 사극의 비중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또 "우리가 '한국 사극이 중화문화의 유산을 강탈한다', '일본 대하극이 가치관을 수출한다'고 안타까워할 때는 응당 사극의 장작과 전파가 문명 해석권의 쟁탈전에 관련된 것임을 의식해야 한다"고 했다고 구파신문은 전했다.
김진선 기자 caro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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