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보호”… 프랑스 핵우산론 펼친 마크롱세계일보 기사제공: 2025-03-06 19:00:08

트럼프 탈동맹에 ‘안보 독립’ 분주
“佛 핵억지력 유럽 확대 방안 논의
핵사용 모든 결정 佛대통령이 내릴 것”
국방비 증액·전후 평화유지군 언급도
독일에선 징병제 부활론 제기돼 주목
EU, 美 관세 대응 ‘車산업 행동계획’
배터리 생산인프라 2.8조 투입 추진도

영국과 함께 유럽 내 유이한 핵 보유국인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자국 핵 억지력을 유럽에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독일에서는 ‘징병제 부활론’이 제기되고 유럽연합(EU)은 위기에 처한 역내 자동차 산업을 살리기 위한 ‘바이 유러피안(Buy European)’ 전략 추진에 나서는 등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안보·경제관계 재조정에 대응하려는 유럽의 움직임이 분주해지고 있다.

AFP통신에 따르면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TV 대국민 연설에서 “우리의 핵 억지력을 통해 유럽의 동맹국을 보호하는 것에 관한 전략적 대화를 시작하기로 결정했다”며 “우크라이나와 프랑스, 유럽인의 안전을 위해 지체 없이 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핵무기 사용에 관한 모든 결정은 프랑스 국가원수가 내리게 될 것”이라고 단서를 달았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AFP연합뉴스

독일의 차기 총리가 될 것이 유력한 프리드리히 메르츠 기독민주당(CDU) 대표가 2주 전 유럽 자체 핵 억지력을 갖춰야 한다고 제안한 데 이어 ‘프랑스 핵우산론자’인 마크롱 대통령이 적극 화답에 나섬에 따라 관련 논의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유럽 자체 핵우산 구축 필요성을 제기한 이유로 트럼프 행정부의 동맹 이탈 조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팽창주의 야욕을 들었다.
그는 “미국이 우리 곁에 있을 것이라고 믿고 싶지만 그렇지 않을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며 “러시아의 공격적 행동은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국경을 모르는 듯하다”고 말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어 “향후 수년간 러시아는 프랑스와 유럽에 위협이 될 것이며, 이 위험의 세계에서 구경꾼으로 남는 것은 미친 짓”이라며 “유럽의 미래는 워싱턴이나 모스크바에서 결정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또 국방비 지출 확대 필요성,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종전 협상 타결 후 유럽 평화유지군 파견 가능성도 재확인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평화협정은 아마도 유럽 군사력의 배치로 뒷받침될 것”이라며 “그들은 오늘 싸우러 가지도, 최전선으로 가지도 않을 테지만 협정의 완전한 존중을 보장하기 위해 그곳에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유럽 자체 안보 확립 논의가 이어지는 가운데 독일에서는 2011년 폐지한 징병제 재도입 주장이 나왔다.
이번 총선에서 승리한 CDU의 안보전문가 토마스 질버호른은 지난 4일 일간 벨트에 “현재 병력이 징병제 폐지 당시 목표한 18만5000명에 못 미친다”며 “군인 27만명이 필요한데, 이를 달성할 방법은 징병제뿐”이라고 말했다.
메르츠 대표가 최근 ‘안보 독립’을 천명한 가운데 플로리안 한 CDU 안보정책 대변인도 “세계가 불안정해지는 걸 그냥 보고만 있을 수 없다”며 올해 안에 징병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전 세계를 상대로 한 ‘관세전쟁’에 나선 가운데 EU 집행위원회는 5일 역내 자동차업계 경쟁력 확보와 친환경 전환을 지원하기 위한 추진 전략을 망라해 ‘유럽 자동차 부문 산업행동계획’을 5일 발표했다.
전기차의 핵심으로 꼽히는 배터리 산업과 관련, 2030년까지 배터리 가치사슬 전반의 ‘유럽산 부가가치 비율’을 50%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앞으로 2년간 18억유로(약 2조8000억원)를 배터리 제조업체 생산라인 확대에 지원하고, 청정 기술 장비 확보시 보조금 규정을 간소화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유태영 기자 anarchy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