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이 6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에 보복 관세로 맞선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를 "멍청이(numbskull)"라고 강도 높게 비판하며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에 동조하지 않을 경우 더 큰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로이터통신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베센트 장관은 이날 뉴욕경제클럽 연설에서 월가 최고경영자(CEO)들을 대상으로 "하지만 차분히 앉아서 미 상무부나 미국 무역대표부(USTR)와 논의하고 싶다면 저는 외국 파트너들과 기꺼이 대화할 의향이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베센트 장관은 ‘미국에서는 누구나 경제적 부와 계층 이동을 꿈꿀 수 있다’는 뜻의 ‘아메리칸 드림’의 개념을 빌려와 관세 정책으로 인한 긍정적 효과에 주목했다.
베센트 장관은 "다자무역 협정을 만드는 이들은 너무나 오랫동안 이를 간과해 왔다"며 "미국 국민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국제 경제 관계는 재검토돼야 한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일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해 25%의 관세를 시행했으며 이후 2일만인 6일 자동차 산업을 비롯한 멕시코산 제품에 일시 유예 조치를 적용했다.
캐나다 제품도 일부 포함됐다.
다만 백악관은 내달 2일 상호관세 부과 계획엔 변함이 없다는 방침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보복 관세로 맞선 트뤼도 총리와는 욕설을 주고받은 반면,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에겐 "존경한다"는 표현으로 친밀함을 드러냈다.
베센트 장관은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 인플레이션 반등을 부채질할 것이란 우려에 대해선 "걱정하지 않는다.
일회성 가격 조정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앞서 시장에선 글로벌 공급망 붕괴와 관세로 인한 소비자가 인상이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에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미국 금융업계를 위한 ‘당근책’도 제시했다.
베센트 장관은 또 은행 규제의 광범위한 완화도 시사하며 일례로 금융위기 이후 대형은행의 자본 건전성을 강화하기 위해 도입된 보완적 레버리지 비율(SLR) 규제에 초점을 두고 있다고 밝혔다.
기존 미국 금융업계의 불만을 야기했던 은행에 과도한 부담을 주는 금융 규제를 변경하고 잘못된 감독 문화를 바로잡겠다는 방침이다.
월가에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SLR 규제 완화를 통해 대형 은행들의 미 국채 매입을 권고함으로써 미 국채 금리 하락을 유도할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한편, 베센트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미국이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가 아닌 10년 만기 국채 금리를 낮추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고 밝힌 바 있으며, 이날 연설에서도 이 같은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는 "우리는 10년 만기 국채 금리에 집중하고 있으며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고민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차민영 기자 bloom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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