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은 훈령을 통해 범법 행위를 저지른 민간위원의 위촉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으나 범죄 경력 조회와 같은 수단을 당장 적용할 수 없어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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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
교통안전심의위원회는 경찰이 횡단보도 설치 등 교통안전 정책을 결정할 때 거치는 심의 기구다.
A씨와 같은 민간위원을 포함해 10명~20여 명으로 구성된다.
A씨가 위원직을 내려놓은 이유로는 성 비위와 관련된 처벌이 주된 이유로 전해졌다.
A씨는 지난해 11월 광주 모처에서 식당 여주인에게 강제로 입맞춤을 시도한 혐의(강제추행)로 입건, 약식 기소돼 지난 1월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경찰은 A씨가 벌금형 처벌 사실을 숨긴 채 한 달 넘도록 위원직을 유지해온 사실을 뒤늦게야 파악했다.
활동 도중 비위 행각을 탐지할 수 있는 수단이 전무한 탓이다.
경찰은 경찰발전협의회·교통안전심의위원회 등 업무 기능별로 다양한 협의회·위원회를 설치·운영하고 있다.
협의회 등은 심의 과정에서 의견 수렴을 위해 다양한 직업을 가진 민간위원을 위촉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경찰은 위촉을 앞둔 민간위원에게 여러 해촉 사유가 담긴 '가입자 자기확인서'를 작성하도록 한다.
대체로 △공직선거 관련자나 정당인 △수사·감사·단속 대상자거나 관련 법인·단체에 속한 인물이어서는 안된다는 내용이 골자다.
그러나 자기확인서는 어디까지나 위원 자신의 양심에 따라 작성되는 데다, 위촉 대상자들의 범죄 경력 조회가 개인정보보호법에 근거해 불가능한 탓에 관련 검증이 일부 제한된다.
신원을 검증하는 수단이 제한되는 상황에 기관장 또는 동료 위원의 인우보증과 추천이 이를 대신하면서 투명성 논란도 뒤따른다.
광주경찰청과 산하 5개 경찰서가 운영 중인 생활안전협의회의 경우 공개 모집 없이 추천으로만 민간위원을 위촉하고 있다.
1~2년 임기 이후 재위촉하는 과정에서도 비슷한 과정이 되풀이되는 상황에 자기 확인서 작성조차 없이 운영되는 위원회도 더러 있는 것으로 경찰은 파악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법을 집행하고 관련 규정을 심의하는 경찰 내부에서 범법자 신분인 민간위원을 걸러낼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활동 도중 비위를 저지르는 경우에도 최소한 재위촉 과정에서는 탐지될 수 있도록 훈령 등 개정이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도 "전과자가 경찰 앞에서 훈수를 두는 일은 없어야 한다.
범죄 경력 조회서를 연 단위로 의무 제출하는 등 최소한의 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광주경찰은 민간위원 비위 논란의 후속 조치에 나서기로 했다.
경찰은 지난 7일 회의를 거쳐 △민간위원 자기확인서 제출 의무화 확대 추진·검증 강화 △인우보증 최소화·공개 모집 확대 △민간위원 일제점검·운영현황 수시 관리·감독 방안 마련 등을 결정했다.
광주=한현묵 기자 hansh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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