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실세로 군림하고 있는 일론 머스크에 대한 반감이 현실 공간에서 폭력 사태로 번지고 있다.

8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월 20일 취임한 이후 머스크가 최고경영자(CEO)로 있는 테슬라 관련 시설에서 최소 12건의 폭력 행위가 발생했다.
테슬라 전기차와 매장, 충전소 등이 공격당한 것.
루시 그레이스 넬슨이라는 여성은 1월 29일부터 13일간 콜로라도주 러브랜드에 있는 테슬라 매장을 여러 차례 방문해 기물을 고의로 훼손했다.
술병으로 만든 화염병 4개를 매장 주변에 주차된 전기차들을 향해 던지고, 차가 불타는 모습을 지켜본 것으로 전해졌다.
스프레이 페인트로 매장 입구 간판에는 '나치', 문에는 '엿먹어라 머스크'라는 낙서를 하기도 했다.
지난 2월에는 애덤 매튜 랜스키라는 남성이 오리건주 세일럼에 있는 테슬라 매장을 향해 반자동 소총을 난사했다.
이 남성은 이보다 몇주 전에도 이 매장에 화염병을 던졌다.
이달 들어서는 매사추세츠주 리틀턴 쇼핑센터 내 테슬라 충전기 7대가 방화로 추정되는 화재로 탔다.
메릴랜드주에 있는 테슬라 건물 벽면에서는 '머스크 반대'라는 페인트 낙서가 발견됐다.
이 사건들은 머스크가 트럼프 2기 정부효율부(DOGE) 수장으로 백악관에 간 이후 발생했다.
머스크의 정치적 행보에 대한 강한 반감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머스크는 지난해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을 돕기 위해 최소 2억8800만달러(약 4175억원)를 후원했다.
이후 머스크는 정부로 들어가 정부 지출을 줄이겠다는 목표로 대규모 연방 공무원 해고를 주도하고 있다.
또 나치 경례를 연상시키는 손동작을 하거나 유럽의 극우 정당을 지지하는 등 도발적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정치와 대체로 거리를 둔 채 테슬라에서 '지속가능한 미래'를 모색하고 우주기업 스페이스X에서 로켓 발사에 몰두하던 이전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게 된 것이다.
그 결과 테슬라 주가는 7주 연속 하락세다.
이런 잡음에도 불구하고 머스크의 친트럼프 행보는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웨드부시 시큐리티의 기술 분석가인 댄 아이브스는 머스크와 트럼프의 관계가 테슬라 브랜드에 걱정 요인이 됐지만, 궁극적으로는 이익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트럼프 행정부와의 밀착 끝에 테슬라가 자율주행과 관련해 간소화된 연방 규제를 얻어내면 테슬라로서는 최고의 패를 얻게 된다는 분석이다.
한편, 여론 악화에 직면한 머스크는 야당인 민주당의 정치 광고에서는 새로운 스타로 급부상했다.
CNN 방송은 최근 민주당의 정치 캠페인에 머스크가 단골로 등장한다면서, 머스크가 공화당에 정치적 부담이 될지 여부를 시험하는 차원이라고 전했다.
머스크는 민주당 광고에서 정부 지출을 많이 삭감한 것을 기념하며 전기톱을 휘두르는 모습으로 등장하거나 공화당 의원들이 눈치를 보는 인물 등으로 묘사된다.
노경조 기자 felizk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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