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세션(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정책으로 발생하는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미국 국채 시장에서 2년물 금리가 넉 달 만에 4%대로 주저앉았다.
미국이 지난 4일 캐나다·멕시코에 대한 25% 관세 폭격을 퍼부었다 한 달 유예한 데 이어, 향후 품목별 관세·상호관세 부과를 예고하면서 인플레이션과 불황을 낳을 수 있다는 경계감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날 경기 침체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 않으면서서 '나홀로'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 온 미 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9일(현지시간) 글로벌 채권 시장에 따르면 2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지난 7일 3.99%를 기록했다.
지난해 10월 잠시 3%대로 내려왔다가 4%를 회복했는데 4개월 만인 2월 말 다시 3%대로 주저앉는 등 금리가 하락세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미 국채 2년물 금리 약세의 배경에는 불황 공포가 자리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전방위적인 관세 인상이 물가 상승, 소비 위축, 기업 투자 감소와 해고로 이어질 것이란 불안이 반영됐다.
경기 침체 우려가 짙어지자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 재개 시점이 앞당겨질 수 있다는 전망에 무게가 실렸고 2년물 금리 하락으로 이어졌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 금리선물 시장은 Fed가 상반기 금리를 내릴 가능성을 한 달 전 52.5%에서 이날 기준 82.1%로 높였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관세발 인플레이션으로 Fed의 통화완화 재개 시점이 늦어질 것으로 예상한 것에 비춰 보면 최근 들어 분위기가 급반전했다.
TD증권의 제나디 골드버그 미국 금리 전략 책임자는 "불과 몇주 전만 해도 미 경제 재가속이 거론됐지만 이젠 갑자기 'R(Recession·경기 침체)'이란 단어가 반복적으로 거론되고 있다"며 "성장에 대한 열광에서 완전한 절망으로 시장의 분위기가 변했다"고 진단했다.
월가는 미국의 경기 침체 확률을 상향하고 있다.
JP모건은 최근 미국의 침체 가능성을 31%, 골드만삭스는 23%로 제시했다.
직전 예상치는 각각 17%(지난해 11월), 14%(올해 1월)였는데 침체 확률이 지난해 말과 올초 대비 두 배로 뛰었다.
미국의 경제 성장률을 실시간으로 전망하는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의 GDP 나우는 올해 1분기 성장률을 직전 분기 대비 2.4% 하락으로 제시, 역성장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관세 정책 불확실성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확산되면서 지난주 뉴욕 주식시장도 급락했다.
주요 지수인 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는 각각 3.1%, 3.45% 내렸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날 경기 침체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 않는 듯한 발언을 내놨다.
그는 이날 방영된 폭스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올해 경기 침체 가능성에 대한 질문을 받고 "그런 일을 예측하고 싶지 않다"고 답했다.
이어 "우리는 미국에 부를 되찾아 오려는 매우 큰 일을 하고 있고 이런 일에는 과도기가 있다"며 단기적으로 경제적 혼란을 겪을 수도 있다는 전망을 내비쳤다.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부 장관이 같은 날 NBC 뉴스와의 에서 "미국에 경기 침체는 오지 않을 것"이라며 시장의 우려를 진화한 것과는 온도차가 느껴지는 언급이다.
트럼프 대통은 이날 "4월2일에는 모든 것이 상호적이 된다"며 상호관세 부과 의지를 재확인했다.
러트닉 장관은 오는 12일부터 미국으로 들어 오는 모든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대한 2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캐나다산 목재·낙농제품에 대한 250% 관세는 일단 4월2일까지 발효하지 않겠다고 했다.
뉴욕(미국)=권해영 특파원 roguehy@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