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방위비 지출 확대 호재로 방위산업 관련 기업 주가가 치솟으면서 방산주 시가총액이 지난해 말 대비 약 2248억달러(325조6900억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이 촉발한 안보 공백 우려에 세계 방위비 지출이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관련 주가의 추가 상승이 예상된다.
10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의 금융정보업체 퀵·팩트셋의 데이터에 따르면 항공우주 및 방위로 분류된 900여개 글로벌 기업의 총 시총은 7일 기준 2조1221억달러로 작년 말 대비 2248억달러, 약 12% 급증했다.
미국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이 산출한 ‘MSCI 선진시장 항공우주 및 방위지수’ 역시 지난 7일 기준 830.99로 마감해 지난해 말 대비 13% 뛰었다.
같은 기간 자동차 및 부품 시총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폭격 탓에 3915억달러(11%) 감소한 3조480억달러를 기록해 대조적인 성적을 거뒀다.
관세 전쟁 여파로 미국 주식시장도 죽을 쑤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S&P500지수는 지난주 3.1% 하락하면서 6개월 만에 최악의 성적을 냈다.
S&P500지수는 지난해 11월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상승분을 모두 반납하고 제자리로 돌아갔다.
방산주가 고공행진하는 배경에는 세계 보안관 역할을 자처했던 미국이 더 이상 사령관 노릇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데 있다.
닛케이 신문은 "방산주 주가 상승은 2월 말에 모멘텀을 얻었다"며 주요 유럽 국가들이 머리를 맞댄 지난달 파리 긴급 회동이 방산주의 추가 상승 촉매제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유럽연합(EU)이 약 8000억유로를 확보하는 것을 골자로 한 ‘재무장 계획’을 추진키로 합의하면서 무기 수요가 증가할 것이란 기대감이 확산했다.
올해 시가총액이 가장 많이 불어난 기업은 미국 군용 항공기 엔진 대기업 GE에어로스페이스로 올해에만 시총이 299억달러(17%) 늘었다.
유럽 방위기업 중에선 영국의 항공 엔진 제작업체 롤스로이스의 시총이 45% 상승했고, 탱크, 군용 차량, 탄약을 생산하는 독일 방위기업 라인메탈 시총은 거의 두 배로 상승했다.
일본 미쓰비시중공업 시총은 8973억엔(12%) 증가했다.
앞으로 방산주의 상승 움직임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방위비 지출이 증가 추세에 있기 때문이다.
영국 국제전략연구소(IISS)에 따르면 2024년 방위비는 전년 대비 7.4% 증가한 2조46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다.
이는 2023년(6.5%)과 2022년(3.5%)보다 높은 증가율이다.
시장에선 미국의 경기 침체 징후가 포착되고 트럼프발 관세 전쟁이 본격화하면서 인공지능(AI) 대장주 엔비디아를 포함한 ‘매그니피센트 세븐(The Magnificent Seven·M7)’의 시장 지배력이 약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대신 방산 관련 주식이 부상할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로 방위산업 투자를 기피해온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펀드들도 방산업체 주식을 사들이기 시작했다.
다이와증권의 선임 애널리스트 기노우치 에이지는 "AI 관련 주식이 조정을 겪으면서 새로운 기회를 찾는 자금이 방위 주식으로 유입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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