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저학년 아들을 키우는 40대 김모씨는 층간소음 가해자로 살다가 얼마 전 아파트 1층 집으로 이사왔다.
더 이상 아랫집 이웃은 없었지만, 새로 이사온 집은 ‘측간 소음’이 매우 취약했다.
옆집 TV소리 뿐 아니라 사람 음성이 들리곤 했다.
집 구조상 거실이 맞붙어 있는 것도 한 원인이었다.
‘오래된 아파트라 방음이 안 되나 보다’고 김씨는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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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게티이미지뱅크 |
조용히 좀 해달라”며 주의를 주기 시작했다.
아이가 떼쓰거나 소리 지르는 소리가 옆집에 들린다는 것이었다.
양쪽 집 소음이 들리는 건 마찬가지였지만 ‘아이가 있으니 아무래도 더 피해를 주겠지’라며 김씨는 “죄송하다”고 했다.
그런데 큰 소리가 난 적 없다고 생각한 어느 날, 옆집이 또다시 찾아왔다.
아이는 겁을 먹고 방에 숨어들었다.
옆집 부부는 아이가 듣고 있는 상황에서 “당신네 집 애 목소리가 거슬린다”고 지적했다.
김씨도 더 이상 화를 참지 못하고 “그쪽 집 소음은 안 들리는 줄 아느냐”며 고성을 주고 받았다.
“아이를 키워보지 않은 사람에게 아이에 대한 이해를 구하는 건 무리겠죠.” 김씨는 답답함을 호소했다.
저출생 현상으로 인한 출생아 수 감소는 직접적인 양육 경험이 있는 성인이 줄어드는 걸 의미하기도 한다.
사회 전체적으로 아동에 대한 배려가 부족해질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양육 경험이 배려심과 정비례하는 건 아닐지라도, 대체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양육자 상당수가 아동에 대한 사회적 배려가 부족하다고 느낀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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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게티이미지뱅크 |
‘아이가 식당이나 공공장소에서 울면 주변 사람들이 눈치를 준다’고 답한 부모는 75.3%였다.
‘2024년 서울시 양육자 생활 실태 및 정책 수요 조사’ 연구진은 지난해 0~12세 자녀를 양육 중인 서울시 거주 양육자 3000명(여성 2018명, 남성 98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응답자의 53.2%는 ‘아이를 데리고 대중교통을 타면 눈치가 보인다’고 답했다.
또 32.2%는 아이를 동반하고 공공장소를 이용할 때 제한 받거나 지적 받은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특히 도심권에 거주하는 양육자의 불편 경험이 49.4%로 가장 높았다.
주요 도심일수록 상업 지구가 밀집해 ‘노 키즈 존(No Kids Zone)’이 많고, 아이와 함께 이용하기 편한 장소가 적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응답자들은 양육 친화적인 문화가 조성돼야 한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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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세계일보 자료사진 |
연구진은 “공공장소를 아동과 함께 이용해야 하는 양육자를 고려해 아동과 부모를 환대하는 문화 조성이 필요하다”며 “서울시는 서울키즈 오케이존 확산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이를 지속 확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안전과 편의성, 다양한 가족 형태에 대한 차별 문화 등이 양육 환경을 평가하는 데 중요한 변수임이 확인된 만큼 이에 대한 개선 노력이 더욱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현미 기자 engin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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