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례없는 폭염이 발생한 지난해 세계 전력 수요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무더위를 견디기 위해 냉방기 가동을 늘린 게 원인이었다.
늘어난 전력 수요는 석탄이나 가스 등 탄소를 배출하는 에너지가 감당했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무더위가 다시 화력발전을 확대하고 기후위기를 심화시키는 악순환의 굴레가 형성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영국의 기후 에너지 싱크탱크 엠버(Ember)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4~9월 중국·미국·인도의 전기 수요가 크게 늘었다.
세 나라는 세계 전기 수요의 절반을 차지하는 3대 전력 시장으로 꼽힌다.
이 기간 중국의 전기 수요는 전년 대비 7% 늘어 증가세가 가장 가팔랐다.
인도는 전년보다 6.1% 늘었고, 미국은 3.3% 증가했다.

증가한 전기 수요의 상당 부분은 냉방기 탓이었다.
중국은 늘어난 전기 수요의 31%가 무더위를 식히기 위한 냉방 수요에서 나왔다.
중국에 극심한 고온 현상이 관측됐던 지난해 8월을 보면 각종 산업과 일반 가정용 전기 수요는 4% 증가했다.
그런데 냉방으로 인한 전기 수요는 5% 가까이 늘었다.
9월에도 산업과 일반 가정용 전기 수요 증가율은 4.4%였지만 냉방으로 4.6%가 더해지면서 총 9%의 전기 수요증가율을 기록했다.
미국도 전기 수요 증가분의 37%가 고온 때문이었다.
냉방 수요 증가는 폭염이 시작된 지난해 5월부터 두드러졌다.
특히 고온 현상이 절정에 달했던 6월은 냉방 전기 수요가 지난해 같은 달보다 10.8% 증가했다.
반면 다른 부문의 전기 수요는 1.3% 줄었다.
냉방을 제외한 산업용 전기나 가정용 전기는 1년 전보다 절약했는데, 정작 냉방기기를 많이 가동한 탓에 총 전기 수요가 9.5% 급증한 셈이다.
지난해 인도에서 증가한 전기 수요 중 냉방 요인은 19% 정도다.
4~6월은 전기 수요가 전년보다 10.8% 늘었는데 증가량의 30%가 에어컨에서 나왔다.
냉방기기로 인한 전기 수요는 더 증가할 전망이다.
데이터 기업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올해부터 2030년까지 인도의 에어컨 시장은 연간 17.5% 성장할 것으로 추정된다.
인도의 중산층 증가와 도시화로 에어컨을 보유한 가구가 늘어날수록 전기 수요도 덩달아 증가할 수밖에 없다.

늘어난 전기 수요는 석탄이나 가스를 이용한 화력 발전이 메웠다.
더위 때문에 더위를 유발하는 에너지를 늘렸다는 뜻이다.
중국은 지난해 9월 냉방으로 인한 전기 수요가 전년 동월대비 36TWh 늘면서 총 전기 수요가 70TWh 늘었다.
그런데 청정에너지로 만든 전기 공급은 24TWh 증가하는 데 그쳤다.
모자란 전기는 석탄 발전을 44TWh 확대해 가능했다.
이는 전년 9월보다 10% 넘게 확대된 규모다.
중국의 지난해 석탄 발전량이 115TWh였는데, 폭염이 발생한 9월에만 지난해 전체 석탄 발전량의 38.2%가 집중됐다.
미국도 마찬가지다.
미국의 지난해 6월 전기 수요는 전년 동월 대비 35TWh 증가했다.
냉방 수요가 39TWh 늘어난 게 원인이었다.
청정 에너지원을 사용한 발전량이 23TWh를 감당했지만 나머지는 가스(7TWh)와 석탄(4TWh)으로 충당했다.
6월 가스 발전량은 전년보다 4.6% 늘었고, 석탄은 6.4% 증가했다.
미국은 6월에만 석탄 발전을 쓰지 않았어도 2024년 석탄 발전량을 1년 전보다 4% 줄일 수 있었다.
석탄 발전 비중이 가장 높은 국가는 인도였다.
고온 현상이 나타난 지난해 5월 인도에서 늘어난 전기 수요의 70%를 석탄이 공급했다.
나머지 30%도 청정에너지가 아닌 가스로 생성한 전기가 사용됐다.
더위가 전력 수요에 끼치는 영향은 갈수록 커지는 추세다.
지구 온도가 빠르게 높아지고 있어서다.
지난해 지구 온도는 산업화 이전보다 1.55도 높아 가장 더운 해를 기록했다.
중국과 미국도 지난해 기상 관측 사상 가장 더운 1년을 보냈다.
중국은 지난해 8월 인구 밀도가 높은 남동부에서 장기간 무더위가 지속됐다.
미국은 뉴저지, 워싱턴D.C. 등지에서 44도에 육박하는 심각한 폭염이 나타났다.
인도의 경우 4~6월간 극심한 폭염에 시달렸고, 북동부 더위 일수가 평소보다 두 배가량 많았다.

보고서는 냉방기기, 화력발전의 악순환을 끊으려면 청정에너지 사용을 늘리고 전기 효율을 높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옥상 태양광 발전을 장려해 화력 발전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전기를 적게 사용하는 에어컨에 인센티브를 주는 식이다.
작성한 엠버 소속 코스탄차 란젤로바 전기 애널리스트는 "증가하는 냉방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화석 연료에 의존하는 것은 실패하는 전략"이라면서 "기후 변화를 악화시켜 더 빈번하고 강렬한 열파를 조장한다"고 지적했다.
세종=송승섭 기자 tmdtjq8506@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