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훈련에 통상적 비난 논평
과도한 도발 피하며 수위조절
트럼프와의 핵 담판 고려하나
한·미 연합 군사훈련 ‘자유의 방패(FS·프리덤실드)’ 첫날인 지난 10일 근거리탄도미사일(CRBM)로 추정되는 탄도미사일 여러 발을 발사한 북한은 이와 관련한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고 침묵을 지키고 있다.
북한이 연합훈련 실시에 대한 불쾌감을 표시하되 미국을 과도하게 자극하지 않는 선에서 도발 수위를 조절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 |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1일 황해북도 고급중학교(고등학교) 졸업반 학생들이 최전연(최전방) 국경초소들로 탄원(자원)했다고 보도했다. 평양노동신문·뉴스1 |
북한은 통상 미사일 발사 후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참관 사실과 함께 미사일의 비행 거리·고도·속도 등을 관영매체를 통해 공표해왔다.
북한은 대신 FS 연습에 대해 “침략적인 핵전쟁연습”이라고 비판하는 논평 기사를 주민들이 보는 노동신문 6면에 게재하며 반발을 이어갔다.
이날 노동신문은 황해북도 고급중학교(우리의 고등학교격) 졸업반 학생 1200여명이 “미제와 대한민국 군부깡패들이 0.001㎜라도 침범한다면 가차 없이 섬멸해버릴 거족적인 투쟁"을 위해 최전방(남북 접경지역) 초소에 지원했다고 보도하며 주민들의 대남·대미 적대감을 부채질하기도 했다.
북한이 그동안 한·미 연합훈련에 보여온 반응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통상적인 수준의 반발로 평가된다.
이에 북한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핵 동결·군축 협상을 염두에 두며 대미 도발 수위의 완급을 전략적으로 조절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이 연합훈련에 대한 불만을 표현하긴 해야 하는데, 행동과 말이 결합한 방식의 호전적인 메시지는 미국을 지나치게 자극하는 것이라고 여겨 탄도미사일 발사 사실을 공개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은 “북·미 대화 이전 분위기 조성을 위해 한·미 군사훈련 중단을 선결조건으로 내세우거나 북·미 대화 시 정치군사문제를 공개적으로 의제화하겠다는 전략적 의지가 내포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 |
북한이 트럼프 미 대통령 취임 후 첫 탄도미사일 수 발을 발사한 지난 10일 서울 중구 서울역에 관련 뉴스가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
북한은 2022년 10월 이 같은 방식으로 한·미 연합 작전에 대한 자신들의 대응 능력을 과시하려 시도한 바 있다.
전날 탄도미사일 발사는 통상적인 군 훈련 차원에서 이뤄졌기 때문에 북한이 별도로 공표하지 않는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통일부 당국자는 “매년 12월부터 3월은 북한의 동계훈련 기간"이라며 "(이번 탄도미사일 발사가) 훈련의 일환이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합동참모본부도 전날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사실을 언론에 알리면서, 통상 근거리 미사일 도발의 경우는 공지하지 않는데 FS 연습 상황임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사거리가 300km 이하인 CRBM은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 큰 피해를 입힐 수 있지만, 미국 입장에선 직접적인 위협 요소로 분류되지 않는다.
홍민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FS 연습 기간 추가적인 도발을 할 순 있지만, 중장거리급 미사일 발사와 같은 미국을 자극하는 도발은 하지 않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말했다.
김병관 기자 gwan2@segye.com
<본 콘텐츠의 저작권 및 법적 책임은 세계일보(www.segye.com)에 있으며, 뽐뿌는 제휴를 통해 제공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