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괄·기초공제 등을 폐지되고 자녀 1명당 기본공제 5억원, 10억 한도 내에서 배우자 전액 공제가 적용되면서 과세표준이 낮아지는 사례가 늘기 때문이다.
![]() |
12일 기획재정부는 유산취득세 도입에 맞춰 인적공제 방식도 대대적으로 개편하기로 했다.
일괄공제와 배우자 공제 방식이 바뀌는 건 1997년 이후 28년 만이다.
우선 자녀 1명당 5억원씩 기본공제된다.
현행 체계에서 자녀 공제는 ‘기초공제(2억원)+각종 추가공제’와 ‘일괄공제(5억원)’ 중 큰 금액을 공제했는데, 이를 폐지해 상속인별 공제로 흡수하겠다는 것이다.
가령 14세와 9세 자녀가 상속받는 경우 현재는 일괄공제 5억원만 적용됐는데 개편안이 적용되면 앞으로 첫째는 기본공제 5억원에 추가 미성년자 공제(5000만원)를, 둘째 역시 기본공제 5억원에 추가 미성년자 공제(1억원)가 적용돼 총 공제액이 11억5000만원까지 늘어난다.
정부는 자녀 별로 상속세 공제가 적용되기 때문에 다자녀 가구가 더 혜택을 받게 되고, 미성년·장애인·연로자 추가 공제 활용률도 높아질 것이라고 기대한다.
기존 유산세 방식에서는 상속재산 전체에서 공제분을 일괄적용해 제외한 탓에 미성년자 추가공제 적용비율이 0.3%에 그치는 등 개인 특성에 따른 인적공제가 ‘유명무실’했다.
통상 ‘기초공제+각종 추가공제’가 ‘일괄공제’보다 낮았던 탓에 일괄공제 5억원이 주로 선택되면서 개인별 인적공제가 제대로 적용되지 않았다.
‘이중과세’ 논란이 일었던 배우자의 경우 지금까지는 상속받은 금액과 관계없이 5억원의 공제가 적용됐다.
5억원을 초과할 경우 최대한도 30억원 이내에서 실제 상속재산이 공제된다.
정부는 이를 개편해 법정상속분을 초과하더라도 10억원까지는 전액 공제해주기로 했다.
예를 들어 상속재산 20억원을 배우자가 10억원을, 자녀 2명이 5억원씩 물려받는 경우 현행 체계에서는 배우자 공제(8억6000만원·법정상속분)에다 일괄공제 5억원을 더해 전체 공제액은 13억6000만원으로 산정된다.
하지만 개편안을 적용하면 배우자 공제는 10억원으로 늘고, 자녀 한 명당 5억원씩 기본공제가 적용돼 총 공제액이 20억원으로 증가하게 된다.
만약 배우자 1명과 자녀 2명이 상속재산 30억원을 10억원씩 물려받는 경우, 현행 방식에서 배우자는 실제 상속재산이 법정상속분(12억9000만원)에 미달하기 때문에 10억원을 공제받고 여기에 일괄공제 5억원을 더해 총 공제액은 15억원이 된다.
이때 전체 상속재산에서 공제액을 뺀 15억원이 과세표준이 돼 산출세액은 4억4000만원으로 산출된다.
그런데 개편안을 적용하면 배우자는 실제 상속재산(10억원)만큼 공제 받아 비과세되고, 자녀들은 각각 기본공제 5억원씩을 적용받아 과세표준이 5억원에 그친다.
이에 따라 자녀 1인당 산출세액은 9000만원씩으로 낮아져 전체 산출세액은 1억8000만원에 그친다.
정부는 유산취득세로 전환되더라도 대부분 현행 인적공제 수준 이상은 받게 된다고 밝혔다.
현재 면세점이 10억원(배우자 공제 5억+일괄공제 5억)으로 형성된 만큼 상속인·수유자의 인적공제 합계가 10억원 미만이더라도 미달액 만큼 상속인에 추가 공제 혜택을 줘 전체 상속재산 10억원 이하는 과세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과세형평 제고 취지…“초고액 자산가만 혜택” 비판도
정부가 상속세 과세체계를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전환하려는 건 현재 유산세 체계가 과세 형평성을 저해한다고 판단한 때문이다.
물려받은 유산 크기가 같은데도 피상속인(사망자)의 전체 유산이 많으면 누진과세에 따라 상속세가 급증하는 등 문제가 많았다는 것이다.
실제 자녀가 한 명인 가구에 상속재산이 10억원인 경우와 자녀 5명이 50억원의 상속재산을 물려받는 경우 각자 받은 유산은 동일하게 10억원이지만 5인 가구 자녀들이 4배 더 상속세를 내야 했다.
상속세율은 누진성이 강한 탓에 상속재산이 클수록 부담액도 덩달아 커진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국제기구가 상속인 특성을 반영하고 부의 분산을 유도하는 차원에서 유산취득세가 유산세보다 형평 측면에서 바람직하다고 평가한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 상속세가 있는 OECD 국가 대부분은 유산취득세 방식을 채택하고 있고, 유산세 방식은 우리나라를 비롯해 4개국에 불과하다.
유산취득세 전환은 상속세 부담이 중산층까지 확대되고 있는 분위기도 반영됐다.
기재부에 따르면 상속세 과세자 비율은 2000년 0.66%에서 2023년 6.82%로 10.4배 늘었고, 과세자는 같은 기간 1400명에서 1만9900명으로 14배 넘게 증가했다.
통상 배우자와 자녀가 있는 가정 기준 일괄공제 5억원에 배우자 공제(5억원)를 더한 10억원 이하는 비과세되는 데 서울 아파트 평균매매가격이 13억8289만원(1월 기준)까지 상승하면서 일부 중산층도 상속세의 사정권에 들어왔다.
아울러 자산의 이전이라는 동일한 성격을 갖고 있음에도 증여세는 수증자(받은 자)가 받은 재산 기준인 반면 상속세는 주는 자(사망자)가 기준으로 달라 과세기준이 일관적이지 않다는 점도 유산취득세 도입의 배경이 됐다.
다만 일각에선 유산취득세로의 개편이 세수중립적이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각자 물려받은 유산이 기준이 되면서 과세표준이 낮아지고 인적공제가 늘어나는 데도 고소득자에 대한 세율 조정은 없어 큰 폭의 세수 감소만 초래한다는 것이다.
앞서 문재인정부 대통령 자문기구인 재정개혁특별위원회는 ‘재정개혁보고서’를 통해 유산취득세 전환을 권고하면서도 세수중립적으로 과표구간을 설정해야 한다는 전제를 달기도 했다.
참여연대는 이날 논평에서 “상속세 총 세수를 유지하겠다는 최소한의 방침도 없는 채 제도를 전환하는 것은 초고액 자산가들의 상속세 부담을 줄이기 위한 것일 수밖에 없다”면서 “상속증여세가 국세수입의 4.5%를 차지하는 상황에서 세수중립이 없는 상속세 개편은 재정 기반을 약화시키고 자산 불평등을 심화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참여연대는 이어 “상속인이 많은 고액 자산가 가구일수록 감세 효과가 커져 되레 상속세 형평성을 왜곡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면서 “부의 대물림을 차단하고 자산 불평등을 완화해야 할 상속세의 본래 목적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조치”라고 지적했다.
세종=이희경 기자 hjhk38@segye.com
<본 콘텐츠의 저작권 및 법적 책임은 세계일보(www.segye.com)에 있으며, 뽐뿌는 제휴를 통해 제공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