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 협상 앞서 우크라 압박 나선 듯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에 우크라이나와의 30일간 휴전을 요구한 가운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와의 접경지 쿠르스크주(州)를 깜짝 방문했다.
한때 우크라이나군에 점령당했던 쿠르스크는 최근 러시아군이 거의 수복한 상태다.
푸틴이 러시아 영토에서 우크라이나군을 완전히 내몬 다음에야 휴전을 받아들일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 |
12일(현지시간) 군복 차림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쿠르스크의 러시아군 전방 지휘소에 들어서고 있다. 러시아 대통령실 동영상 캡처 |
전투복 차림의 푸틴은 발레리 게라시모프 러시아군 총참모장으로부터 전황에 관한 보고를 들었다.
이후 그는 러시아군을 향해 “아직 쿠르스크에 남아 있는 우크라이나 부대를 모두 쫓아내라”고 명령했다.
타스 통신은 “러시아 대통령이 쿠르스크를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소개했다.
앞서 2024년 8월 우크라이나군은 본토에서 러시아군과 맞서 싸우는 대신 러시아 영토인 쿠르스크로 진격했다.
이는 러시아 땅으로 전선을 확대해 러시아 국민 사이에 반전 여론이 확산하게끔 하려는 의도로 풀이됐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우리는 침략자의 영토로 전쟁을 밀어낼 것”이라고 선언했다.
허를 찔린 러시아군이 주춤하는 사이 우크라이나군은 쿠르스크에서 점령지를 넓혀 나갔다.
한때 서울 면적의 2배가 넘는 1300㎢ 정도의 땅이 우크라이아군의 통제 아래로 들어갈 정도였다.
젤렌스키는 향후 러시아와의 평화 협상이 개시되면 자국이 점령한 러시아 영토와 러시아군이 점령한 우크라이나 땅을 서로 맞바꾸는 교환까지 염두에 뒀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곧 러시아군이 대대적인 반격에 나섰다.
북한이 러시아에 파병한 1만여명의 병력 가운데 상당수도 쿠르스크 전선에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후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을 축소하면서 전황은 점점 우크라이나에 불리해졌다.
러시아군은 지난 7개월 동안 쿠르스크 내 우크라이나 점령군의 거점이었던 수자(Sudzha) 마을을 최근 탈환했다.
다만 서방 언론은 쿠르스크에 여전히 우크라이나군이 남아 버티면서 일부 지역에 대한 통제권을 행사하고 있는 것으로 본다.
![]() |
12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오른쪽)이 군복 차림으로 쿠르스크의 러시아군 전방 지휘소를 방문해 발레리 게라시모프 러시아군 총참모장의 영접을 받고 있다. 러시아 대통령실 동영상 캡처 |
이어 “쿠르스크 근처에서 우크라이나 군인 430명을 포로로 잡았다”고 강조했다.
한편 푸틴은 트럼프의 30일 휴전 제안에 대해선 아직 이렇다 할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일각에선 러시아군이 쿠르스크를 완전히 되찾아 우크라이나가 더 이상 쿠르스크를 협상 카드로 사용할 수 없게 만들 때까지 푸틴이 기다릴 것이란 관측을 내놓는다.
김태훈 논설위원 af103@segye.com
<본 콘텐츠의 저작권 및 법적 책임은 세계일보(www.segye.com)에 있으며, 뽐뿌는 제휴를 통해 제공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