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 “신중한 결정 내린 듯” 평가
“간접적으로 영향 끼칠 것” 시각도
헌법재판소가 13일 최재해 감사원장과 검사 3명에 대한 탄핵 사건을 모두 전원일치로 기각한 가운데, 재판관들이 정치적 성향을 뚜렷이 드러내기보다는 의견을 일치해 조심스럽게 결정을 내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헌재는 이날까지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의결된 탄핵 8건을 모두 기각했는데, ‘줄탄핵’을 12·3 비상계엄 선포 원인이라고 주장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에도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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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연합뉴스 |
이 위원장 탄핵심판에서 재판관들은 인용·기각 의견이 4대 4로 갈렸는데, 이날 4명의 탄핵심판은 모두 전원일치로 기각됐기 때문이다.
이 위원장 탄핵 선고 때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과 이미선·정정미·정계선 재판관 4명은 탄핵 인용, 김형두·정형식·김복형·조한창 재판관 4명은 탄핵 기각 의견을 내면서 정치적 성향에 따라 재판관들이 반으로 나뉘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다만 헌재 재판관 8명 중 진보 성향으로 알려진 이미선·정정미·정계선 재판관 3명은 이날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을 기각하며 ‘별개 의견’을 냈다.
세 재판관들은 ‘국무총리에게 공익감사청구권을 주도록 훈령을 개정한 행위’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이들은 “국무총리는 대통령을 보좌하는 행정부의 제2인자로서, 행정각부를 통할할 권한을 가지고 있다”며 “이 사건 훈령 개정은 감사방향에 대한 광범위한 행정 개입의 가능성을 증대시킬 수 있다”고 판시했다.
별개 의견은 전체 결론에는 동의하지만 그 이유에 대한 논리·근거가 다를 때 낸다.
이런 변화를 두고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 위원장 탄핵심판 때 정치적 성향에 따라 의견이 완전히 갈렸던 것에 대한 비판과 서둘러 변론을 종결하는 등 절차 진행과 관련한 비판을 의식해 조금 더 신중하게 결정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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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해 감사원장 및 이창수 중앙지검장 등 검사 3인에 대한 탄핵심판이 열린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심판정에서 헌법재판관들이 자리하고 있다. 공동취재 |
헌법연구원을 지낸 노희범 변호사는 “탄핵심판권의 남용을 국정마비로 인한 국가 비상사태로 보고 비상계엄을 선포했다는 윤 대통령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지는 않을 것”이라며 “재판관들의 성향에 따라 다른 결론이 나올 수 있는 사안도 아니라고 본다”고 했다.
반면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 위원장을 파면해야 한다고 했던 (진보 성향) 재판관 4명조차 (최 원장이나 검사 3명에 대해선) 도저히 파면할 만큼 중대한 불법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라며 “이번 선고가 탄핵소추 남발 등 국회 다수파의 횡포로 국정이 마비될 지경에 이르러 국민에게 호소하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는 윤 대통령 측 주장에 힘이 실리는 면이 있다”고 평가했다.
유경민 기자 yook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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